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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4. 2023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달라졌다


18세기 이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산업혁명의 영향이다.

18세기 이전까지의 인류는 땅을 기반으로 해서 농사짓고 육축을 하면서 지냈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거주지가 넓어지면서 상업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땅 중심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18세기에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각 나라들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산업화는 공장의 높은 굴뚝에서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로 대표된다.

공장을 가동하려면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사람들이 공장 주변에 많이 살고 있어야 했다.

사람들도 공장 주변에 살고 있어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돈을 벌 수 있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 도시를 만들었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축에게 풀을 먹이며 사는 삶보다 공장과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땅을 기반으로 하는 삶이 아니라 건물 안에서 지내는 삶으로 바뀌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은 집에서 혼자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많이 훨씬 빨리 만들어졌다.

그 물건들을 시장에 팔았더니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더 많이 만들면 더 많이 팔릴 테고 더 많이 팔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사람의 욕심이 질주를 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려면 더 많이 만들어야 했다.

더 많이 만들려면 공장을 더 일찍 열어야 했고 더 늦게까지 기계를 돌려야 했다.

조금이라도 쉬거나 공장이 잠시라도 멈추면 그만큼 생산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수입도 줄어든다.

시간이 아까워졌다.

하루가 스물네 시간인 것은 바꿀 수 없다.

그 고정된 시간 속에서 더 많이 물건을 만들려면 일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았다.

농사짓고 살 때는 피곤하면 잠시 쉬었다.

하지만 공장에서의 삶은 피곤하다고 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곧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양과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였다.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생활이 편리해진다고 했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려고 했다.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돈을 벌려면 다시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런 반복된 삶이 이어지면서 집에는 새로운 물건들이 하나씩 쌓여갔다.

그 물건들 때문에 편리해지기는 했다.

먼 곳을 빠른 시간에 갈 수 있게 되었고 힘든 일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을 사용하면 시간이 남아돌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면 여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그 남아도는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할 수가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뭘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돈과 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남는 시간에는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게 나았다.

그래야 더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끝이 없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부지런히 일을 해서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사고 조금 생활이 편해졌다고 생각되면 또 부지런히 일을 해서 더 나은 물건을 사는 게 삶의 모습이 되고 말았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서 만들기 전에는 그 물건들 없이도 잘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물건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전에는 하루에 일하는 양을 자기 스스로 조절하였다.

오늘은 이만큼만 밭을 갈아야겠다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에 일하는 양을 공장에서 정해준다.

기계가 정해준다.

사람은 공장의 일부분이 되었고 기계의 한 부속품이 되고 말았다.

전에는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공장과 기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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