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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5. 2023

지구 온도를 조금만 내릴 수는 없을까?


더위가 심상치 않다.

여름이라서 더운 것은 당연한데 더위의 강도가 높다.

예전에도 덥기는 했다.

그늘 밑에 조용히 앉아 있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게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밖에 나갔다 오면 마당에서 등목 한 번 하고 시원한 수박 한입 먹고 부채질하면서 버텼다.

이열치열이라며 오히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이까짓 더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더위와 씨름하기도 했다.

다 옛날이야기다.

전기가 발명되더니만 자기 혼자 돌아가면서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라는 물건이 생겼다.

그 앞에 얼굴을 갖다 대면 알아서 바람이 얼굴의 땀을 식혀주었다.

냉장고라는 물건도 생겼다.

동빙고, 서빙고가 녹아들어도 집에서 얼음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얼음으로 아이스께끼를 만들어 먹었다.

더위를 식히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급기야 에어컨이라는 신기한 물건이 생겼다.

더위와 싸워 이길 최고의 무기였다.

고작 100년 이내의 일이다.




이제 여름의 더위가 밀려와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솝우화에도 나와 있듯이 더위를 이길 사람은 없다.

바람은 나그네의 옷 한 벌 벗기지 못 했지만 더위는 모든 것을 벗겼다.

우리가 더위와 싸울 무기를 만들면 만들수록 더위는 우리에게 더 혹독하게 다가왔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만 뜨거운 게 아니라 우리가 밟고 있는 땅도 뜨거워졌다.

지구가 ‘요놈 한번 맛 좀 봐라!’ 하며 야단치는 것 같다.

지구가 알아서 적당히 덥게도 하고 적당히 춥게도 하는데 우리가 그 온도를 조절하려고 나선 게 문제다.

우리가 지구가 해야 하는 일을 빼앗아 버렸는데 지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반격의 시작은 언제나 조용히 이루어졌다.

눈치채지도 못했다.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열을 가하는 식이었다.

물은 금방 끓지 않는다.

겨우 0.1도씩 올라갈 뿐이다.

그 0.1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개구리는 몰랐다.




냄비 안의 물의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개구리의 몸은 이미 익어가고 있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도 그렇게 된 것 같다.

세상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게 아니라 세상이 이미 뜨거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세상을 식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200년 전을 기준으로 해서 지구의 온도가 2℃ 이상 높아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후에 2도까지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1.5℃를 마지노선으로 긋자고 했다.

고작 0.5도 차이인데 그게 그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고작 0.5도 차이 때문에 70억 인구 중에 4억 명이 죽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200년 전을 기준으로 해서 1.5도까지만 지구 온도를 높이자는 것은 전 지구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모든 일에서 멈추라는 말과 같았다.

STOP!




UN에서 한 일이고 파리에서 맺은 협약이니까 잘 지킬 줄 알았다.

선진국부터 본을 보이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갈 줄 알았다.

우라질!

1.5도는 불가능할 것 같고 2도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2019년에 미국이 자기네는 못 지키겠다며 떨어져 나갔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그랬다.

대통령이 그랬으니 백성들은 오죽했을까?

선진국인 미국이 그랬으니 다른 나라는 오죽했을까?

자기네는 못 지킬 것 같으니까 너희나 잘 지키라는 말로 들렸다.

대부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 나만 살면 된다는 생각.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알아서 잘 하란다.

자기가 살길은 자기가 마련하란다.

지구가 뜨거워지든지, 산불이 나든지, 농작물이 타들어 가든지,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든지, 내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한다.

정말 자기들은 괜찮을까?

더위를 이기고 잘 살 수 있을까?

정말 지구 온도를 조금만 내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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