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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9. 2023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라서 기대가 된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숫자의 연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중학생 때 달달 외웠던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만들어진 법칙이 아니다.

이 세상을 떠받치는 어떤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삼각형의 길이 계산식을 발견한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주장처럼 우리 삶이 숫자의 연산으로 해석이 된다면 참 편할 것 같다.

그러면 삶을 계산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렸을 때 선생님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무척 간단한 공식이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어느 만큼 열심히 공부를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반에서 1등을 하면 되는 것일까?

전교에서 1등을 해야 될까?

반에서 1등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 전교 1등을 해야 한다면 그건 간단한 공식이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차츰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공부를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데 내 공부 실력이 자꾸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 만들어 놓는 세상에 살짝 얹혀서 살아가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꼭 공부를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계산식이 통하지 않을 때도 많이 있었다.

숫자의 연산으로만 이 세상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피타고라스가 그토록 숫자를 강조했지만 그의 제자 히파소스는 피타고라스가 숫자로 인정하지 않는 무리수 √2를 발견했다.

피타고라스의 수학 계산식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준 것이다.

히파소스는 갑자기 사망하지만 그가 무리수를 발견함으로 인해서 세상은 숫자의 연산으로 이루어졌다는 피타고라스의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계산식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계산으로 증명되는 세상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공식이 정답이 되는 세상이 아니다.

때로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공부를 잘 못해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처럼 공부를 잘했던 훌륭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나 백범 김구 선생처럼 공부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훌륭한 사람이 된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공부를 잘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훌륭한 사람인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들도 어렸을 때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공불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그런데 공부 잘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이것 다음에는 그것이라는 명확한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숱한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날마다 예상치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날마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는다.

그 우연한 일들이 모이고 모여서 오늘 나의 삶이 되고 우리의 세상이 된 것이다.

매일 지나가면서 우리 동네에 있는 가게들을 본다.


‘저 사람은 어쩌다가 카페를 열었을까?

저 사람은 어쩌다가 네일샵을 열었을까?

저 사람은 어쩌다가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을까?

저 사람은 어쩌다가 미용사가 되었을까?’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은 아닐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면 어느 순간에 ‘어쩌다가 우연히’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우연한 순간이 이런 드라마틱한 삶으로 연결시켜 준 것이다.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재미있게 드라마틱한 이유가 있다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렇게 살지만 내일은 어떻게 살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내일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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