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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25. 2023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보이는 대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먹는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퇴근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여유 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내 바로 뒤에 있던 청년이 몸을 뒤척이더니 아예 지하철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연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굴을 쳐다봤는데 제대로 씻지도 않은 것처럼 땀 흘린 자국들이 선명했다.

순간 짜증이 팍 올라왔다.

그 청년의 행동 때문에 짜증이 났고 그 청년의 얼굴을 보니까 짜증이 더 났다.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몸이 휘청일 때마다 내 발로 그 청년의 몸을 밟을까 봐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례하고 민폐를 끼치는 나쁜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순간만큼은 나도 그런 사정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게 전부였다.

민폐를 끼치는 지저분한 청년으로 여겼다.




그 청년의 몸이 너무 불편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몸이 아픈 상태여서 도저히 서 있기가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얼굴은 꾀죄죄했지만 부잣집 외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회사 체육대회 때문에 완전히 다리가 풀린 상태는 아니었을까? 

그럴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믿고 생각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사무엘 제사장이 다윗의 아버지 이새의 집에 갔던 일화가 소개된다.

이새의 아들들 중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이새는 자기 큰아들을 찾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새의 큰아들은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데려와서 사무엘에게 인사시켰는데 사무엘이 보기에도 출중한 아들이었다.

맘에 들었다.

그런데 그때 하나님이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그 용모를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아들이 아니라고 하셨다.

사람은 외모를 보지만 하나님은 마음 중심을 보신다고 하셨다.




대략 140년 전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총장실에 허름한 옷을 입은 노부부가 찾아왔다.

비서가 총장에게 노부부가 면담을 요청한다고 전했더니 총장은 자신이 지금 무척 바쁘니 만날 수 없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만나고 싶으면 시간을 약속하고 오라고 했다.

그러나 노부부는 총장님의 바쁜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점심이 지나고 저녁 퇴근시간까지 그들은 그곳에 앉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총장이 그들을 만나주었다.

노부부는 자신들의 아들이 하버드대학교 학생이었는데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아들을 위한 기념물을 세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총장은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의 행색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총장은 “하버드대학의 건물 한 채가 얼마나 하는지 아십니까? 우리 학교의 모든 건축물은 750만 달러가 넘습니다.”라며 노부부에게 무안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노부부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750만 달러로 건물들을 세울 수 있다면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아예 대학을 하나 세우는 것은 어떨까요?” 노신사도 그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소. 학교 하나를 세우는 것이 건물 한 채를 기증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소. 그게 훨씬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소.”

그렇게 말을 마치고 노부부는 총장실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부부는 자신들의 아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대학을 하나 세웠다.

그 대학이 바로 스탠퍼드대학교이다.

그리고 그 노부부는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한 철도왕이자 상원의원이었던 릴랜드 스탠퍼드와 그의 아내 제인이었다.

그때 하버드대학교 총장에게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속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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