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Sep 02. 2023

사람들은 나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저 사람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까 알 수가 없다.

반반하게 생긴 호감형의 사람일지라도 그 속에 음흉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사귀면 사귈수록 진국인 경우도 있다.

밖에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유쾌하고 말 많은 사람인데 집에서는 입 한번 뻥끗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과연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알 있을까 하여 심리학을 공부하고 여러 책들도 읽어 보지만 여전히 사람을 아는 것은 어렵다.

링컨 대통령은 마흔 살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 대명천지에도 여전히 관상쟁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얼굴 좀 봐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관상쟁이도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도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 때나 보는 얼굴이 아니다.

잠에서 갓 깨어날 때의 얼굴이나 피곤에 절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때의 얼굴을 말한 것이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주목해서 본 얼굴은 웃을 때의 얼굴, 웃는 얼굴이다.

웃는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미성년>이라는 책에서 그가 밝혔는데 사람은 기쁜 감정을 드러낼 때 자신의 본성을 가장 잘 표출한다고 했다.

아주 오랫동안 사귄 사람이라고 해도 그 성격을 잘 이해하기 힘든데 그 사람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면 한순간에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평안하고 행복한 여건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자기 혼자만 즐거워하지 않고 상대방까지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그게 그의 웃음 속에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하게 잘 웃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을 잘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가 웃을 때의 모습을 주목하라 했다.

그 사람이 침묵할 때가 아니다.

크게 웃을 때이다.

웃음 속에서 조금이라도 허전한 점이 느껴진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아무리 크게 웃었다고 하더라도 웃은 다음의 모습이 왠지 허전해 보인다면 그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사상을 말하고 다닌다고 할지라도 사실은 빈깡통처럼 무지한 사람일 수 있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그 사람이 아무리 격의 없는 웃음을 웃는다고 할지라도 사실은 매우 저속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사람이 웃을 때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잘 살펴보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성격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소설 속에 제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이니까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웃는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크게 웃을 때 내 마음에 있는 선한 기운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전해지는가?

내가 웃기는 하는데 그게 어색한 웃음은 아닌가?

억지로 웃는 것은 아닐까?

웃음 후에 왠지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은가?

사람들은 내가 웃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할까?

내 웃음 속에 내 속마음이 녹아 있나?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내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를 것이다.

내 속마음도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람들 앞에서 박장대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크게 웃어야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내 속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내가 웃지 않으니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웃음을 삼가면서 내 마음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에 책 2권 읽기의 목표,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