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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4. 2023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한 주간 동안 세상이 요동을 쳤다.

한 달을 돌아보면 더욱 난리였다.

열대성 폭우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이 일어나서 수천 채의 집이 무너졌다.

인간이 만든 기계는 살상무기가 되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막을 수 있었다.

물난리도 지진도 전쟁도.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라들마다 지도자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는 동안 애먼 백성들만 희생을 당했다.

그래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신을 굽힐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개인의 의견을 묵살한다.

큰일을 하려면 작은 손해쯤은 감소해야 한다는 허울 좋은 말로 사탕발림을 한다.

언뜻 그 말에 현혹될 뻔했다.

나도 큰뜻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산도 한 톨의 흙먼지들이 쌓여 이루어진다.

한 주 동안 한 달 동안 일어났던 혼란스러운 일들은 모두 아주 작은 것들이 틀어져서 일어난 일들이다.

처음에는 그랬다.




세상은 평화를 원한다.

국가는 안정을 원한다.

가정은 평안을 원한다.

개인은 안녕을 원한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큰소리치지 않고 서로 웃으며 지낼 수 있기를 원한다.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원한다.

고개를 숙이든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든지 얼굴에 볼 키스를 하든지 두 팔 벌려 껴안든지 방법은 상관없다.

세상이 평화로워지려면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한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가정을 잘 건사해야 한다.

가정을 잘 건사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수양해야 한다.

중학생 때 선생님께서 강조하고 강조하신 말씀이다.

<대학(大學)>의 첫 부분에서 공자 선생께서 가르치신 말씀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이 아홉 글자를 보면서 내가 큰사람이 되려면 나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큰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교훈을 나 자신에게 적용시킬 때마다 내가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반면에 유명세를 떨치는 지도자들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잘 다스렸을까?

어떻게 가정을 잘 다스렸을까?

그들이 쓴 책들을 보면 역시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중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은 거의 기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서는 직장에서나 어떤 조직에서나 단연 출중한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니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조금 삐딱하게 살펴보았다.

과연 그들은 가정을 잘 다스리는가?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의외로 자기 가정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가정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식만 봐도 알 수 있다.

과연 자기 자식들을 사람들 앞에 세우고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생각 끝에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만약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린다면 가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고 그다음에는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상에 평화를 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평화롭지 못하다.

그 이유는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시작은 나 자신부터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려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라고 했다.

마음을 바르게 하려면 마음의 뜻이 성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지식을 깨달아 아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지식을 깨달아 알려면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했다.

한 톨의 먼지들이 모여서 태산을 이루듯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은 내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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