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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1. 2023

변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덥다 덥다 해도 여름은 3개월이다.

제아무리 더위가 길어져도 9월에 들어서면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팔월에 비가 내리면 팔팔 찌는 더위로 이어지지만 구월에 비가 내리면 선선한 가을날씨로 이어진다.

여름은 여름이고 가을은 가을이다.

팔월은 여름이고 구월은 가을이다.

시간은 이렇게 어김없이 제 역할을 하고 바통 터치를 한다.

여름은 들어가고 가을은 등판한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에도 그런다.

변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아내와 함께 우리 아이들이 크지 않고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게 아쉬웠다.

1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나는 지금과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은 지금과 확연하게 다르다.

훨씬 많이 변했다.

변하는 게 싫었다.

아쉬웠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는 달리 변화는 급속히 다가온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뤄진다.

변화는 순식간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변한다.

키가 커가고 덩치가 커간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키도 덩치도 작아진다.

살아 있다는 말은 매 순간 변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러면 살아 있는 것의 반대인 죽은 것은 것은 어떤가? 놀랍게도 죽은 것도 변한다.

썩고 문드러지고 수분이 빠져나가고 삭아서 흙 속으로 들어간다.

풀과 나무의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된다.

더 이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가 있어서 계속 변화한다.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모두 다 변화한다.

돌멩이는 애초부터 호흡이 없다.

살아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죽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다 보면 그 돌멩이가 자갈돌이 되고 모래가 되고 흙먼지가 된다.

그렇게 세상을 날아다니다가 한 곳에 모여 쌓이면 이번에는 거대한 바윗돌이 된다.

변한다.

생명이 있건 없건 존재하는 것은 모두 다 변한다.




계절이 변하는 것은 물과 공기가 있기 때문이고 해와 달과 별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절이 변한다.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운 여름이 변해서 시원한 가을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날이 변하고 달이 변하고 해가 변한다.

그와 함께 내 몸도 변한다.

보이지 않는 사이에 나도 변한다.

살아 있을 때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후에도 변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계속 변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생각 끝에 윤회사상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한 번 존재하게 된 것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윤회로 설명했던 것 같다.

정말 기막힌 생각이었다.

한번 들으면 누구든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믿건 말건 그건 둘째 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녁에 먹자골목을 지나가면 “이대로!”를 외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변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연 그들의 고함처럼 이대로 변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다.

하루 지나면 하루 지난 만큼 변할 것이다.

영원히 변치 말자던 우정도 변한다.

영원한 사랑이라고 노래했던 사람들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는 것이 안 좋은 것인가?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변화가 있기에 발전도 있고 변화가 있기에 기대도 있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환경이 완벽한 상황이 아니기에 변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변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한쪽 칼날로는 잘라내고 한쪽 칼날로는 잘 다듬는다.

잘려 나가는 부분은 아쉽지만 잘 다듬으면 더 좋아진다.

지금은 변화의 시간이다.

여름의 아쉬움은 떠나보내고 가을의 좋은 것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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