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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6. 2023

네가 자랑스럽다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되고 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아인의 축제이다.

솔직히 아시아의 체육 수준은 국제무대에서 그리 높지 않다.

체육도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유럽인들처럼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인들은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중국처럼 15억 명의 인구 중에서 종목별로 몇 사람의 국가대표를 뽑는 나라가 훨씬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 종목에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이 아시아인들의 축제라고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사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다.

올림픽 같은 데서 금메달을 따지는 못하더라도 세계에서 100위권 안에 들어오는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뉴스 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 축구팀이 바레인과 졸전을 벌인 끝에 전반전을 무승부로 끝냈다는 기사가 있었다.

나도 그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 시간에 괜히 그 기사를 봤다.

기사를 보는 순간 화가 났다.

좀처럼 이런 기사에 화를 내지는 않는데 도대체 기자가 어떤 놈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 기사가 실리 신문은 M자로 시작하는 신문이었다.

내가 화를 낸 이유는 간단하다.

시합에 나선 선수 중에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이기기를 원한다.

우리가 바레인을 이기길 원하듯이 바레인도 어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대한민국 축구를 이기기를 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바레인은 바레인이 잘할 수 있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우리는 전반전 45분 내내 공격을 했고 바레인은 45분 내내 수비를 했다.

두 팀 모두 다 잘했다.




11명의 선수가 모두 골대를 지키고 있는데 골을 넣는다는 것은 기적과 같다.

수비를 서는 선수들이라고 해서 동네 조기축구 선수들이 아니다.

그들도 국가대표이다.

웬만해서는 뚫리지 않는다.

이런 경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우리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을 가지고 ‘졸전’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두드렸다고 해서 모든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안 열리는 문도 있다.

그게 바레인과의 축구 전반전과 같다.

45분 내내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공격을 이어갔다면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칭찬해줘야 하는 일이다.

꼭 많은 골을 넣어야 축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다섯 골을 넣더라도 여섯 골을 먹으면 지는 게 축구경기다.

잘 지키는 것도 축구를 잘하는 것이다.

전반전을 졸전이라고 표현했던 그 기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후반전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3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꼭 금메달을 따라고 응원했었다.

금메달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했었다.

얼마나 좁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1초 차이면 메달 색깔이 바뀌는 데 충분하다.

그게 운동 경기이다.

그 1초를 줄이기 위해서 선수들은 4년을 노력한다.

아니 0.5초만이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우리가 별것도 아니라며 흘려보내는 그 1초를 위해서 선수들은 4년 동안 구슬땀을 흘린다.

그러니까 아시안게임 같은 것을 보면서 경기에 임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해 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은 너무 나쁜 행동이다.

그런 사람에게 묻고 싶다.

“네가 한 번 뛰어보지 그러냐?”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네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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