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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4. 2023

서로를 격려할 때 강팀이 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은 이번 시즌 팀의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맡겼다.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동양인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는 일은 기적 같은 일이다.

예전에 박지성이 퀸즈파크 레인저스팀의 주장이었던 적이 있기는 하다.

그때가 아마 동양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주장이었을 것이다.

물론 맨유에서 박지성이 잠깐 주장 완장을 찬 때도 있었다.

그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뛰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였다.

시즌 내내 주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의 경우는 박지성과 다르다.

어쨌거나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정식 주장으로 임명받았다.

아마 손흥민이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고 몸값도 높기 때문에 토트넘이 손흥민을 주장으로 택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주장이 된 손흥민의 가장 큰 임무는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축구팬들은 토트넘을 강팀으로 꼽지 않았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이 대거 토트넘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서 팀을 빌드업시키는 게 이번 시즌 토트넘의 운명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즌 첫 경기에서 무승부가 되었다.

토트넘보다 한 수 아래인 브렌트포드와의 경기였다.

그 경기를 보면서 나도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겼다.

상대는 맨유였다.

세 번째 경기에서도, 네 번째, 다섯 번째 경기에서도 이겼다.

언론이 토트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제쯤 토트넘이 패배할까 내기를 거는 사람들도 생겼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여섯 번째 경기인 아스널과의 승부가 관심을 끌게 되었다.

토트넘이 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토트넘은 지지 않는 팀이 되어 있었다.




토트넘에 이기는 유전자가 퍼져 가고 있다.

경기에 나서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이름이 이제는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토트넘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다.

7경기를 치른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은 2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패배한 경기는 하나도 없다.

물론 언젠가는 패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때가 언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까지 토트넘은 구단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중이다.

객관적인 분석에서 분명 약해 보였던 토트넘이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석들 중에서 상당수는 토트넘의 주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흥민이 주장이 되고 난 후부터 팀의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유명한 축구 리그가 된 이유 중의 하나는 프리미어리그가 자본주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축구 리그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기고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이다.

돈이 돈을 낳듯이 자본이 많은 팀이 강팀이 되는 구조다.

몸값이 많은 선수는 비싼 값에 팔린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선수들은 무한 경쟁을 한다.

남들보다 자신이 더 돋보여야 한다.

그런데 손흥민은 자신보다 팀을 중요시하는 주장이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고 몸값도 낮은 동료들인데 그들을 격려하고 돋보이게 하고 그들에게 양보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낮춰 상대방을 높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주장으로부터 존경을 받은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내서 경기에 임한다.

이런 선순환으로 토트넘이 강팀이 되었다는 것이다.

토트넘이 언제까지 이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려주었다.

“서로를 격려할 때 강팀이 된다.”


++ 사진 출처 : 토트넘 홈페이지 https://www.tottenhamhotsp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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