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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15. 2023

집중해서 보면 모든 것으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영국의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노생거 수도원>, <에마> 등을 발표하여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1775년에 태어나 1817년까지 고작 마흔 남짓 살았다.

영국의 햄프셔 지역에서 태어나서 그 지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제인 오스틴이 세상을 떠날 즈음에 마치 바통을 주고받듯이 영국 요크셔 지역의 브론테 가문에서 세 자매가 태어나 문학가로 성장했다.

<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를 쓴 앤 브론테이다.

그녀들도 고향을 떠나서 살아본 시간이라곤 거의 없었다.

기숙학교에서 공부했을 때와 가정교사로 잠깐 남의 집에서 보냈을 때 정도였다.

에밀리와 앤은 채 서른도 넘기지 못한 채 독신으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샬롯 브론테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다.

그들도 제인 오스틴처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가 갔다.




18~19세기의 사회 분위기상 여성이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여성들은 항상 남성들의 그림자에 감춰져 있었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있어야 했고 아버지가 떠나면 남자 형제의 그림자가 있어야 했다.

성장해서는 남편의 그림자가 있어야 했고 남편의 그림자가 사라질 즈음에는 아들의 그림자가 있어야 했다.

여성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자신을 소개할 수조차 없었다.

어느 집안의 딸이요 누구의 아내라는 게 여성들을 수식하는 언어였다.

여성들은 사람들을 만날 일도 제한되었다.

남편이나 남자 형제의 도움이 없이는 바깥출입도 쉽지 않았다.

같은 연배의 여성들을 만나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여성들은 집순이 딱지를 떼기 힘들었다.

이런 시대적 속에서 여성이 글을 써서 발표한다는 것은 세상이 놀랄만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 대신 필명을 쓰기도 했다.




세상을 많이 둘러보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생각도 깊어지고 넓어진다고 한다.

그래야 영향력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일주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고 해도 속 좁은 사람들이 많다.

인류는 넓은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 넓은 세상을 갖고 싶어서 침략을 하고 전쟁을 일으킨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얼마 안 되는 공간에 잠시 머물다 갔지만 그 영향력은 시대를 뛰어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아테네 시민 소크라테스, 갈릴리의 예수는 생활 반경이 얼마 되지 않았다.

넓은 지역을 둘러보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인간 본성을 꿰뚫어 보는 깊은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도, 브론테 자매들의 경우도 그렇다.

그녀들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내 안에 감추어 있던 본능들이 하나씩 하나씩 터져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쁨과 환희, 슬픔과 아픔, 설렘과 초조함, 긴장과 공포의 감정이 그녀들의 글을 따라 고개를 들고 나왔다가 슬그머니 들어간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싶다.

촌뜨기 시골 여성들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그녀들의 집중력에 있었던 것 같다.

그녀들이 평생 만난 사람은 몇 명 안 되었지만 그녀들은 그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집중했다.

얼굴표정은 어땠는지, 목소리를 통한 감정 표출은 어땠는지 집중해서 살폈다.

사람에게만 집중한 것이 아니다.

나무에 바람이 불 때, 꽃에 벌이 날아올 때, 석양에 노을이 질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집중해서 읽었다.

이렇게 작은 것들에 집중했던 삶이 그녀들의 작품을 깊이 있게 만들었다.

집중해서 보면 모든 것으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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