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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20. 2023

21세기에 전쟁이라니 제정신인가?


전쟁 중에 제일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

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군인들?

아니다.

군인들은 자기를 방어할 군장과 상대방을 공격할 무기가 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군인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 희생의 상당수는 애석하게도 여자들과 아이들이다.

가장 연약한 이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한다.

연약하다고 해서 여자와 아이들을 배려해줄까?

아니다.

전쟁은 여자와 아이들에게도 혹독한 강요를 한다.

한국전쟁을 다룬 기록영상을 보면 인민군의 상당수가 앳된 어린아이였음을 볼 수 있다.

열두 살이면 총을 들고 전장으로 나가야 했다.

인천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맥아더 장군의 기념 동상이 서 있다.

그 뒤편에 가면 당시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여학생들의 이름도 굉장히 많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차 세계대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전장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녀들이 어떻게 전쟁을 치렀으며 전쟁 이후에 어떤 아픔을 안고 살아갔는지 살펴보았다.

그 기록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이다.

치열하게 싸웠고 치열하게 생명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려고 하였지만 아무도 그녀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들은 철저히 전쟁의 희생양이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에서도 최고의 희생은 여성들과 어린아이들이 당할 것이다.

양측을 합쳐서 벌써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대부분 민간인이다.

군인들은 얼마 안 된다.

정치인들은 잘도 숨어 지낸다.

그래서 나는 분노한다.

전쟁은 정치인들과 군인들이 일으켰는데 왜 민간인들이 죽어야 하는가?     




내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응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응원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은 기습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였고 1948년 5월 14일에 건국을 선포했다.

벤 구리온 총리는 텔아비브 박물관에서 성경 아모스 9장 11절 이후의 “그날에 내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 그것들의 틈을 막으며 그 허물어진 것을 일으켜서 옛적과 같이 세우고...”라는 구절을 낭독했다.

2천 년 만에 나라를 되찾는 기적이라고 했다.

유대인들에게는 엄청난 감격이었지만 바로 그 순간 옆에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비극이었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기쁨의 잔치를 벌이는데 한쪽에는 통곡하는 초상집 분위기다.

솔로몬은 성경 전도서에서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잔칫집에 있지 않고 초상집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잔칫집에만 가려고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나의 탐욕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대가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불행에 눈을 감아버리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은 없어져도 괜찮다는 식의 논리가 팽배해져 버렸다.

역사가 가르쳐주지 않았는가?

이런 식으로 가면 너나없이 패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같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 같다.

누가 이기든 이 전쟁에서 자기가 승리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승리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난 20세기에 1차 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었다.

그 정도면 배울 만큼 배웠을 텐데 21세기에 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참담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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