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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대입시험을 지켜보면서...

by 박은석


지난 11월 16일에 딸아이가 대학입학수능시험을 치렀다.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에 이번 수능시험 문제는 쉽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대학생이던 이들이 대거 재수생이 되었다.

현역 고3인 딸아이와 친구들에게는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시 지원을 하면 현역 고3이 불리하다고들 했다.

무조건 수시에 합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딸아이도 수시에 몰입했다.

6개의 학교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치른 후에 논술시험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고 수능시험만으로 결정하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필요충분 조건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아빠의 무관심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무관심하기로 했다.

아빠가 나서면 "나 때는 말이야~~"하고 운을 뗄 게 뻔했다.

내가 관심을 끊는 게 나를 위해서도, 아내를 위해서도, 딸아이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다.

어쨌든 지난 1년 동안 딸아이는 여러 학원은 전전하면서 공부를 했다.

아내는 시간에 맞춰서 딸아이를 여기로 저기로 데려다 주었다.


11월 16일에 치러진 시험은 꽤 어려웠다고 했다.

방송사마다 그렇게 보도했다.

살짝 염려도 되었지만 딸아이는 자신이 지원한 학교에서 논술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최저등급이란 것을 모두 충족시켰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난주일에 한 학교에 다녀왔다.

어제와 오늘 또 3개 학교에 다녀왔다.


오늘은 오전에 한 한교에서 논술시험을 치르고 오후에 또 한 학교에 가서 논술을 치렀다.

시간이 빠듯해서 첫 번째 학교에서의 시험이 끝난 후에 두 번째 학교로 이동할 때는 오토바이를 탔다.

사람을 싣고 가는 퀵서비스 오토바였다.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은데 16만원을 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딸아이는 막힌 길을 요리조리 피해서 달리는 오토바이가 너무 즐거웠나 보다.

기사 아저씨에게 인증샷도 부탁했다.

시험 보느라 긴장될 텐데 시험을 즐기는 딸아이가 자랑스럽다.


이제 딸아이와 부모인 우리가 할 일은 다 끝났다.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만 남았다.

제발 이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바랄 뿐이다.

시간이 지나서 먼 훗날에

지금의 시간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바람은 없다.

지금의 시간들이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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