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있다.
책은 2009년에 전집을 구입했다.
전체가 15권인데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했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지나간 독서목록을 살펴보니 2009년에 3권까지 읽었다.
2010년에 4권과 5권을 읽었다.
그리고 2011년에 6권까지 읽고 멈췄다.
책꽂이에 꽂힌 <로마인 이야기>를 볼 때마다 ‘언젠가 저 책을 읽어야 하는데...’하는 마음만 가졌다.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전에 같이 근무했었던 동료 중에는 <로마인 이야기>를 세 번이나 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기회가 있으면 도전해 보리라 마음은 먹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 권 한 권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각각의 책들이 빼곡한 글씨로 400페이지 정도는 훌쩍 넘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면 다른 책 두 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도전했던 전집이 어떤 책이 있을까 떠올려 본다.
박경리의 <토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나남출판사에서 나온 21권 세트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 주인공 최서희의 집을 돌보던 장연학이 만세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내 속에서 뭉클한 것이 올라왔고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도 속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최명희의 <혼불>은 10권짜리였다.
나에게 대한의 혼불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고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자세히 알려준 고마운 책이었다.
조정래의 <아리랑>은 12권짜리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리랑이 그냥 민요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리랑을 부를 때 눈물이 나면 대한의 사람이다.
브런치 스토리에 ‘아리랑을 부를 때 가슴이 뭉클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은 만화책이지만 정독하면서 읽었다.
이 책 한 질로 조선시대 500년을 훑어볼 수 있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도 10권짜리였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 임꺽정에게 무한 박수를 보냈었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는 장사꾼이 세상이 주인공임을 알려주었다.
하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장사꾼들이 길을 터준 세상이다.
번역 서적으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기억난다.
국일미디어에서 출판한 10권짜리 전집이었다.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일컫는데 웬만한 집중력이 없으면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책거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 책이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했더니 이문열이 번역한 <삼국지> 세트가 있었다.
이것도 10권짜리인데 대학 2학년 마치고 휴학했을 때 읽었으니까 벌써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까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으라고 했던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스무 살 때 3권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도 끝을 못 봤다.
<로마인 이야기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태백산맥>도 끝을 봐야겠다.
구입한 지 15년이 넘도록 먼지만 쌓여 있는 이병주 선생의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도 이제는 도전해 봐야겠다.
전집은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
끈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는 ‘해 냈다!’는 감동이 몰려온다.
중간중간의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긴 역사를 꿰뚫는 줄거리를 얻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작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것도 힘든데 쓰는 것은 몇십, 몇백 배나 더 힘들 것이다.
3년 동안의 공부도 끝났고 학위논문 작성도 끝났다.
12월에는 특별한 목표가 없었는데 오늘 목표 하나를 정했다.
숙제처럼 남아 있었던 전집들을 읽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 <태백산맥>,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일단 이것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