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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29. 2023

남들 걸리는 것은 다 걸리고 산다


몸이 으슬거리고 잔기침이 나서 병원에 갔다.

아무래도 조짐이 안 좋았다.

지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와 비슷했다.

의사선생님은 무척 친절했다.

내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그런 증상은 크게 3가지 종류라고 했다.

첫째는 코로나요 둘째는 독감이고 셋째는 감기라는 것이다.

'그쯤은 저도 알아요. 그래서 병원에 온 거라고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의사 선생님은 이 3가지를 모두 검사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그건 지난번에 검사해 봐서 안다.

코로나 검사에 3만원인가 들었고 독감검사에도 3만원인가 들었던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료였는데 이제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으니까 고스란히 환자가 지불해야 한다.

나는 코로나는 아닐 거라고 했지만 의사선생님은 벌써 면봉을 꺼냈다.

특별히 공짜로 검사해 주겠다고 하면서.

역시나 분홍색이 한 줄만 나왔다.

역시 코로나는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독감일 거라고 했다.

코로나 때와는 느낌이 다르고 며칠 전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는데 그중에 독감환자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사 선생님은 독감보다는 감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근육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좀 세게 지어줄 테니까 지켜보자고 했다.

차도가 없으면 그때 다시 와서 주사도 맞고 독감 검사도 해 보자고 했다.

나야 뭐 독감 검사 비용이 줄었으니까 좋기도 했다.

권해준 대로 엉덩이 주사 한 방 맞고 약을 받아서 왔다.

이미 오후 3시가 되었지만 후다닥 약 한 봉지를 비웠다.

30분 정도 지나면 약 기운이 돌기 시작하리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약 기운보다 더 심한 몸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는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으슬으슬 추위가 몰려왔다.

약 기운에 취해서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 했다.

머리도 아프고 근육통도 심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는 조금 나은 것 같았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움직일만했다.

그래도 발을 옮길 때마다 머리가 질끈거리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같기는 했다.

병원에 들를까 하다가 지난밤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그만뒀다.

집에 오니 저녁부터 통증이 심해졌다.

기침도 더 잦아졌다.

물을 벌컥벌컥 더 마시고 입 안에다가 프로폴리스를 뿌려대도 소용이 없었다.

만류하는 아내의 말을 제끼고 판피린도 한 병 마셨다.

약물 과다 복용이다.

약물 과다 복용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무식한 나는 항상 이렇게 산다.

아프면 약 한 알 더 먹는 식이다.

약 기운 때문인지 다시 잠이 들었다가 새벽 2시에 깼다.

계속 누워 있느라 허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있다면 아마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일일 것이다.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눕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고 서 있기도 힘들었다.

한 가지 동작을 계속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동작을 바꿔가면서 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땀으로 옷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땀이 배출되는 것은 몸이 나아지는 징조이다.

내 경험상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몸이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서둘러 업무를 마치고 병원에 갔다.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라고 했더니 의사선생님은 “독감이었나 보네요.

어제라도 오시지 그러셨어요.”라고 했다.

분명히 내가 독감인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체온도 재고, 목구멍의 상태도 보고, 청진기로 등어리도 체크해 보았다.

모두가 정상이었다.

이틀 만에 지옥 끝에서 다녀온 기분이다.

감기여도 며칠 고생하고 독감이어도 며칠 고생할 텐데 달랑 이틀 고생하고 멀쩡해졌다.

다행이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남들 걸리는 것은 다 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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