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Jan 05. 2024

내 안에 천사도 있고 늑대도 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나님이 미카엘 천사에게 가난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명령한다.

그 명령을 받은 미카엘 천사가 땅에 내려와서 보니 도저히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여인에게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두 명의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엄마의 돌봄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데 엄마를 데려가 버리면 아기들은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고민 끝에 미카엘 천사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복귀한다.

하나님은 명령 불복종의 대가로 미카엘을 사람으로 만들어 땅으로 내려보내신다.

그러면서 미카엘에게 3가지의 숙제를 내신다.

그중의 하나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벌거숭이 상태로 땅에 떨어진 미카엘은 어느 구두 수선공의 도움으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얻게 된다.

미카엘은 구두 수선공을 도와 명성을 얻어간다.




그러던 중 미카엘은 어느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아이들은 오래전에 미카엘이 살려주려고 했던 여인의 아이들이었다.

자신은 여인의 영혼을 데려가지 않았지만 그 여인은 그때 죽었고 그 곁에 있었던 아기들을 사람들이 데려가서 키워준 것이다.

특히나 그 아이들의 양어머니는 얼떨결에 잠시 동안 아기들을 돌보아 주려고 했다가 아예 그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게 된 것이다.

넉넉한 집안도 아니었다.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미카엘은 그 양어머니에게서 ‘사랑’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래전에 미카엘은 아기들이 살아가려면 엄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가 없더라도 아기들은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기들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질문에 미카엘은 비로소 대답할 수 있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톨스토이의 글을 읽다 보면 ‘세상에는 참 착한 사람이 많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저렇게 희생정신이 철철 넘치는지 모르겠다.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천사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악할까 싶을 정도로 못된 사람도 많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불행을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웃고 즐거워한다.

자극적인 말과 글로 타인의 심장을 후벼 판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무슨 오락거리처럼 바라본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죽어가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오늘은 몇 명이나 죽었나?” 하면서 숫자 놀이한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한 말이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한 마리의 늑대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긍정하게 되는 말이다.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건 환상이다.

사람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희생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이 망해야 내가 성공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가난해야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철저히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 남을 위하는 척, 대인배의 마음을 가진 척하지만 속으로는 오직 나 자신만 생각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에게는 분명 남을 사랑하는 천사와 같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같은 사람에게 남을 경멸하고 잡아먹으려고 하는 늑대와 같은 마음도 있다.

나에게는 늑대는 한 마리도 없고 천사만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벌써 내 안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나는 천사가 되려나?

늑대가 되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이 겨울의 주인공은 바로 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