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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09. 2024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서양 철학은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헤브라이즘이라는 이스라엘의 철학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헤브라이즘은 종교에 기반을 둔 철학이고 그리스 철학인 헬레니즘은 인간의 삶에 기반을 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관은 막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을 때 하나님의 뜻이라고 얼버무릴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은 그럴 수 없다.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내려고 한다.

인간관에 기초를 두고 둔 그리스 철학에서는 신들도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하고 질투도 하고 복수도 한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를 읽다 보면 사람의 이야기인지 신들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영웅들은 위대한 신과 같이 엄청난 지혜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철학에 있어서 최고의 인간은 신과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의 최고봉인 소크라테스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분명 하나의 연약한 사람이었다.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고 재판에 넘겨졌으며 사형 판결을 받아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부인에게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살았었다고 한다.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를 단순한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위대한 존재라고 인정한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의미에서 성인(聖人)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소크라테스를 신적인 존재로 추앙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철학의 최정점에 오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리스에는 이런 출중한 인물들이 엄청 많았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그의 제자인 알렉산더 대왕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인물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들은 인간을 더 깊이 알기 원했고 인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사회와 국가 조직들을 알기 원했다.

그리고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이 속한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였고 모든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하였다.

어떤 이들은 만물의 근원이 공기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물이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불이라고도 했다.

하여간 진리를 찾기 위한 그리스인들의 노력은 두고두고 칭찬할만하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에게 진리를 탐구하는 길을 터준 인물이 있다.

그리스 철학의 시조인 탈레스라이다.

그는 수학과 기하학, 천문학 등 그 시대의 첨단 학문에 조예가 깊었다.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했고 일식이 일어날 날짜까지 알아맞혔다고 한다.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던 탈레스의 가르침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탈레스는 보통의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는 위대한 경지에 이른 존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다.

항상 무언가 골똘히 연구하고 관찰하던 탈레스가 어느 날 밤에 별을 관찰하고 있었다.

한참 별자리에 집중하고 걷던 탈레스가 순간 “아이쿠!” 하면서 고꾸라졌다.

푹 패인 구덩이가 있었는데 그걸 못 보고 그만 거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크게 상처를 입은 탈레스가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자 하녀가 달려왔다.

그런데 하녀의 말이 가관이었다.

“주인님! 다음부터는 하늘에 있는 것을 알겠다고 나서지 마시고 그전에 발아래 있는 것이나 먼저 살펴보시지요.” 천문학을 깨우친 사람이라도 구덩이에 고꾸라질 수 있다.

하늘을 살피는 것과 발밑의 땅을 살피는 것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쉽게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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