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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26. 2024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매우 깊고 다양하다

-목수정 작가의 <파리에서 만난 말들>을 읽고-

 

사람의 생각은 말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말을 따라 몸이 움직인다.

몸이 움직인 시간들을 다 모으면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류가 영장(令長)이 된 이유가 있다면 인류는 상대방에게 말을 할 수 있었고 또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을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얻게 되었고 정보가 쌓여 힘을 얻게 되었다.

가령 호랑이와 인간이 싸운다면 인간이 백전백패할 게 뻔하다.

그런데 누군가 우연히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를 보게 되었다.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는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그는 자기 친구에게 호랑이가 하나도 안 무서울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을 테고, 그는 자랑스럽게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호랑이가 빠질 수 있는 구덩이를 파면 되었다.




초기 인류는 간단한 정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말을 했을 것이다.

아기들이 “밥”이라고 하면 엄마는 아이가 배고픈 것을 안다.

밥만 주는 게 아니라 국도 주고 반찬도 준다.

아기는 분명 자기가 “밥”이라고 외쳤을 때 흰쌀밥만 나올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밥’이라는 그 말에  딸린 것들이 여러 가지였다.

‘밥’의 의미가 넓어진 것이다.

밥을 먹는다고 것은 여러 가지 반찬을 곁들여 먹음으로써 배고픔을 해결하는 행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크고 나니까 누가 자기에게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한다.

까짓것, 어려울 게 전혀 없다.

자기 앞에 나온 음식들을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밥 한번 먹자고 했던 사람은 먹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한다.

그때 어슴프레 알게 된다.

밥 먹는다는 것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의 뜻이 더 넓어졌다.




그러던 차에 밥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우리 동네에서는 밥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옆 동네에서는 밥을 잡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다른 동네에서는 밥을 든다고 했다.

먹다와 잡수다와 들다는 모두 밥에 연결되는 말인데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내 말을 듣는 대상이 누구이냐에 따라서 이 3가지 말을 선택해서 구사해야 했다.

말이 점점 복잡해졌다.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는 이 3가지 말을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와 전혀 다른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났다.

그에게 우리의 말을 알려줘야 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막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그가 ‘밥을 먹다’, ‘밥을 잡수다’, ‘밥을 들다’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가장 간단한 표현인 ‘밥을 먹다’만 가르쳐 주었다.

잘 가르치고 잘 배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가는 곳마다 시비가 붙었다.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매우 깊고 다양하다.

그 말이 형성되고 전해지면서 역사가 탄생하기도 했다.

말 한마디 잘 배워두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목수정이라는 작가는 프랑스에서 20년을 넘게 살면서 프랑스 말에 흥미를 가졌다.

예를 들면, 프랑스어 Doucement(두스망)은 부드럽다는 말인데 프랑스 사람들이 느끼는 부드러움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다.

너무 바쁘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천천히’라는 말이 두스망이고, 힘센 사람에게는 ‘살살’이라는 말이 두스망이다.

흥분한 사람에게는 ‘침착하게’라는 말이 두스망이고 급한 사람에게는 ‘서두르지 말고’라는 말이 두스망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사말인 봉주르는 bon(좋은)과 jour(날)가 합쳐진 말이다.

“봉주르”라고 인사하는 순간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축복하는 것이다.

그녀의 책 <파리에서 만난 말들>을 통해 목수정 작가의 마음을 흔들었던 34개의 말들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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