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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3. 2024

인생은 공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공은 둥글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선수들이 차는 공은 원하는 위치에 거의 정확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막상 시합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분명히 패스를 준 것 같은데 중간에 차단당한다.

골대 안으로 슈팅을 때린 것 같은데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홈런볼이 되기도 한다.

텔레비전으로 보면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것 같지만 운동장에서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선수의 발이 공의 어느 쪽 면을 차느냐에 따라서 공의 방향이 달라지고 얼마만큼의 강도로 차느냐에 따라서 공의 회전속도가 달라진다.

골키퍼가 보면 공이 똑바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구불구불 춤을 추면서 날아온다.

그런 공이 땅에 한 번 닿거나 선수들의 몸에 한 번 맞으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절된다.

매일 밥만 먹고 공을 차면서도 왜 그런 공을 못 막느냐고 야단칠 수 없는 이유이다.




야구는 확률게임이라고 한다.

공격력이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안타를 생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확률일 뿐이다.

이 확률 계산에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열 번 중에 세 번만 성공해도 대단한 선수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열 번의 타석에서 세 번의 안타를 치면 타율 3할이다.

그 정도는 웬만해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공은 둥글고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경기장이 아무리 넓어도 방망이에 맞은 공이 수비수 앞으로 날아가는 일이 훨씬 많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하는데 고수와 하수의 경기를 보면 재밌는 현상이 있다.

하수는 아무리 강하게 공을 치더라도 그 공은 고수 앞으로 간다.

반면에 고수는 살살 치더라도 그 공이 하수가 받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진다.

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공은 둥글 뿐이다.

어디로 튈지는 모른다.




제아무리 세계적인 공격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공을 다스릴 수 있다고 큰소리쳐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패망한 선수들이 많다.

공은 내가 보내는 방향으로 날아가고 내가 보내는 속도대로 날아간다.

정직한 것 같다.

그런데 공은 정직하지 않다.

때로는 바람을 타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경기장의 작은 모래와 부딪혀서 정반대 방향으로 굴절하기도 한다.

기온이 어떠냐에 따라서 공의 압력이 달라지고 습도가 어느 만큼이냐에 따라서 공의 속도도 달라진다.

사람들이 구기 종목을 즐거워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예측 불가한 경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강팀이 언제나 이기는 경기라면 굳이 비싼 입장료를 사서 관람할 이유가 없다.

예상외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 창 뒤쳐지지만 우리나라 축구가 브라질을 이길 수도 있고 독일을 이길 수도 있다.

공이 둥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생도 공을 다루는 경기처럼 보인다.

속도를 조절해서 잘 차면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할 수 있듯이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인관관계를 맺으며 성품을 잘 다스리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가늠이 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인생의 경기장에 바람이 불면 공의 방향이 달라진다.

날씨가 덥고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무리 실력을 갈고닦더라도 그 실력으로 결정짓지 못하는 게임이 있다.

인생이 그런 게임이다.

혹자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공한 인생이고 인간관계를 잘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입신양명이 성공이고 오복을 얻는 게 성공이고 등용문하여 출세하면 성공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다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인생을 그렇게 간단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끝까지 겸허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인생은 공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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