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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6. 2024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1915년 영국의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이끈 남극횡단탐험대는 남극에 닿기도 전에 웨들해 위에서 부빙에 갇혀 버렸다.

10개월 넘게 표류하던 배는 죄어오는 얼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난파하고 말았다.

그러자 섀클턴과 27명의 대원들은 배에서 탈출해 부빙 위에 텐트를 치고 다시 5개월 넘게 버텼다.

그들은 79일 동안 해가 뜨지 않는 남극의 겨울을 견뎠고 식량이 바닥 나자 물개기름으로 연명하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난파한 배의 잔해로 세 척의 보트를 만들었고 텐트를 찢어 돛을 달았다.

그리고 다시 남극바다에 배를 띄웠다.

추위, 배고픔, 향수 그리고 절망과의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755일 만에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

정진홍 선생은 <남자의 후반생>이라는 책에서 섀클턴 경의 남극횡단탐험대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7가지로 정리하였다.

그 내용을 여기에 실어 본다.




첫째, 주인의식 가지기

부빙에 갇히자 대원들이 두려워하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섀클턴은 두려움, 불평, 불만의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했다.

그는 말로 설득하거나 달래려고 하지 않았다.

대원들이 스스로 탐험대의 주인임을 느끼게 했다.

주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가볍게 하기

배가 난파되자 섀클턴과 대원들은 비상식량이 저장돼 있는 폴렛섬까지 행군할 계획을 세웠다.

무려 557킬로미터의 거리였다.

행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자의 짐을 최소화해야 했다.

섀클턴은 줄여야 산다고 말했다.

가볍게 할수록 생존 가능성은 커진다.




셋째, 무리한 계획은 즉시 그만두기

폴렛섬까지 행군하려 했지만 부빙 사이의 협곡을 도저히 건널 수 없었다.

그러자 섀클턴은 즉시 행군 계획을 중단했다.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그는 포기해야 할 것을 빨리 포기할 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보다 27명의 생명을 택했다.




넷째, 위기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섀클턴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엿보았다.

난파된 배의 잔해를 모아서 세 척의 보트를 만들었다.

그냥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있을 항해를 대비하였다.

설령 바닥에 내팽개쳐졌다고 하더라도 눈을 들어서 하늘을 보는 사람이 산다.




다섯째, 최종목표 기억하기

섀클턴은 세 척의 보트를 남극바다 위에 띄웠다.

그리고 사투 끝에 폭 30미터 길이 15미터의 무인도에 닿았다.

497일 만에 땅 위에 섰다.

하지만 그들은 그 섬에 안주하지 않았다.

거기는 최종목표가 아니었다.

그들은 최종목표를 혼동하지 않았다.




여섯째, 과감하게 도전하기

그들은 사우스조지아섬에 가야 살 수 있었다.

보트 세 척 중 두 척은 파손되었고 한 척만 띄울 수 있었다.

그나마 해류와 바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 한 척의 보트를 띄웠다.

기회는 과감히 도전하는 자에게 미소 짓는다.




일곱째, 끝까지 책임지기

섀클턴 경은 22명의 대원들을 엘리펀트섬에 남겨놓고 5명의 대원만 데리고 보트를 띄웠다.

그리고 기적처럼 사우스조지아섬의 서쪽 해안에 닿았다.

그리고 산을 넘어 섬 동쪽에 있는 포경 기지에 닿았다.

그들은 마침내 살았다.

그러나 섀클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엘리펀트섬으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못 돌아올 수도 있는 그 악몽 같은 바닷길을 다시 거슬러 간 것이다.

남겨두고 온 22명의 대원들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섀클턴 경은 22명의 잔류대원들을 모두 살려냈다.




섀클턴 경의 도전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은 그가 운 좋게 성공했을 뿐이라고 한다.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을 것이라 한다.

어쨌거나 섀클턴 경은 포기하지 않았고 도전했다.

헤밍웨이의 말처럼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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