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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2. 2024

우리가 망가뜨린 환경은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반구에는 분명 겨울인데 기온이 너무 높아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기온이 20도나 떨어지고 폭설이 내려 얼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산불이 나서 도시를 다 태워버렸고 어떤 지역에서는 지진이 나서 집과 건물을 다 무너뜨려 버렸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성경에 나와 있는 지구 종말의 날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무기를 쏘면 지구가 폭발할 것이라고들 했다.

머리가 커진 다음에는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걱정은 거의 안 한다.

나 죽고 너 죽자는 식의 전쟁을 일으키는 지도자는 없기 때문이다.

적당히 전쟁을 일으키고 협상으로 끝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인이랍시고 책 몇 권을 읽었더니 내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

통찰력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럽지만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망원경이 생겼다.

망원경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망원경이 멀리 있는 것을 확대해서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주기는 하지만 망원경의 틀 안에 들어온 것만 보게 하기 때문이다.

망원경의 틀을 벗어난 더 넓은 세상은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내 안목으로 보는 세상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이 제한적인 시각으로나마 세상을 볼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게 내 기분을 좋게 한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는 지구 종말은 전쟁으로 인한 멸망이 아니다.

물론 전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다.

그 무서운 것은 바로 환경오염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고 그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구의 나이를 계산할 때 땅의 변화를 고려해서 시대 구분을 하는 방식이 있다.

그 방식에 따르면 현생 인류가 등장하고 지금처럼 동물과 식물이 존재하게 된 시대를 홀로세(Holocene Epoch)라고 한다.

생물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완벽한 시대라는 뜻이다.

이 홀로세 안에서 인류가 태동했고 인류 문명 발전에 따라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를 지내왔다.

그런데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환경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석기시대에는 좋은 돌을 얻기 위해서 나무들을 베었고 바위들을 깎았다.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에는 더 좋은 놋과 철을 얻기 위해서 나무를 베어 불쏘시개로 사용했다.

대장간이 늘어나면서 숲이 하나씩 사라졌다.

신석기혁명으로 농사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농지가 생겼다.

그 말은 또 다른 숲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숲뿐만 아니라 땅속에 묻혀 있던 지하자원까지 끄집어내었다.

땅속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버렸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인류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전혀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다.

이전보다 편안해진 세상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전보다 불안한 세상을 만들고 말았다.

우리는 석기시대 사람들보다 더 편하게 물을 마시고 있지만 석기시대 사람들은 내지 않았던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하루 종일 숲에서 놀았는데 지금 우리는 숲에 들어가려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

움직일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웃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았는데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환경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망가뜨린 것에 대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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