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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4. 2024

누구도 행복을 위한 나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행복한 가정에서 지내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고 불행한 가정에서 지내는 사람은 불행한 인생을 산다.

맞는 말일까?

맞는 말인 것 같지만 맞지 않는 말이다.

일단 행복한 가정이 어떤 가정인지 정의하기가 어렵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이라면 행복한 가정일까?

경제적으로 부유하면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면서도 울음소리가 넘치는 가정도 있다.

반면에 가난하면서도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정이 있고 가난하면서 울음소리가 넘치는 가정도 있다.

경제적인 부유함이 행복의 열쇠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가정은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가족이 모두 건강해서 힘이 넘치는 가정이 건강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가정이 행복한 가정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전 세계 글쟁이들이라면 누구나 찬탄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 안나 카레니나의 가정은 누가 뭐래도 분명 행복한 가정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남편은 능력이 있고 아들은 착하다.

사교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분명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 가정이 한순간에 불행한 가정이 되고 만다.

부부는 헤어지고 가정은 파탄이 나고 안나 카레니나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며 도리어 그것들이 불행의 조건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좋은 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좋은 일을 많이 할 수도 있지만 그 좋은 환경 때문에 악한 일을 더 많이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하루에 수천 달러를 벌어들이는 아버지가 있는데 마약과 매춘을 하고 있다면 행복한 가정일까?

어머니의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우고 백화점에서 가장 비싼 옷을 사 입게 하지만 매일 밤마다 폭력을 휘두른다면 행복한 가정일까?

데이비드 고긴스의 자서전과 같은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를 읽는 동안 이 질문이 그치지 않았다.

열 살 나이에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 버린 아이였다.

남들은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가족들에게는 지옥 같은 가정이었다.

살아 보려고 안간힘을 쓸 때마다 하늘에서 커다란 망치가 내려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세워 놓은 기준에 따르면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고긴스는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육군 레인저 스쿨, 공군 전술 항공 통제반 훈련을 모두 완수한 세계 최강의 전사가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고긴스는 자신의 환경이 불행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 불행한 환경에 복종하지는 않았다.

그 불행한 환경과 맞서 싸우기로 했다.

새벽마다 26Km를 달린다면, 30시간 동안 200km를 달렸다면, 17시간 동안 4,030회의 턱걸이를 했다면, 발목이 부러져도 산길을 달렸다면, 정말 미친 사람이다.

고긴스는 그런 사람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그 환경과 싸우는 사람이다.

남들은 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는 할 수 있다고 외친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고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

그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 좋은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그 환경을 극복할 기회로 여긴다.

톨스토이가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다고 했는데 고긴스는 그 말에도 도전을 거는 것 같다.

행복한 가정은 자기가 만들기 나름이라고.

누구도 행복을 향한 그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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