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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8. 2024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


서울에서 부산까지 제일 빨리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니고 KTX나 SRT 고속철도를 타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

시간이 후딱 지난다.

출발한 것 같은데 도착이다.

그래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날마다 친구 잘 사귀라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친구를 잘 사귀려고 선물도 사 주고 먹을 것도 사 준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를 잘 사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맹자(孟子)의 제자인 만장(萬章)이란 사람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

자기 스승인 맹자가 위대한 스승이니까 친구를 잘 사귀기 위한 비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 맹자에게 “친구 사귀는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아마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모는 대뜸 “그 친구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시니?” “그 친구 집이 어느 아파트니?”라고 물어볼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과 기준을 정해 놓으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맹자는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친구 사귀기의 비결을 알려주었다.


“친구를 사귈 때는 자신의 나이가 많다고 상대방을 무시하지 말고,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자랑하지 말며, 자기 형제 중에 부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벗 삼는 것이므로 무엇이든지 내세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과연 맹자다운 대답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사귀면 세상 모든 사람을 친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답 끝에 맹자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재상이었던 맹헌자(孟獻子)를 예로 들었다.

맹헌자는 백 대의 수레(百乘)를 가졌을 만큼 부유한 집안사람이었다.

노나라의 재상이었으니까 그 권세도 대단히 높았다.

그런 그에게 5명의 친구가 있었다.

그중에는 악정구(樂正裘)와 목중(牧仲)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맹헌자는 이 친구들을 사귈 때 자신의 가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기 집안의 부유함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관직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비록 친구들의 집안이 가난하고, 친구들에게 관직도 없고, 내세울 유력 인사도 없다고 하더라도 맹헌자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들의 어진 인품과 삶의 지혜와 덕스러움을 존경하며 함께 어울렸다.

5명의 친구들 입장에서도 만약 맹헌자가 자신의 집안이나 재력이나 권세를 내세웠다면 맹헌자와 친구로 사귀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마칠 때쯤이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다 보면 고등학교 적의 친구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어떤 환경에서든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만큼 살아와 보니 그때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신 것인지 알겠다.

그때는 친구 사귀는 데 조건이 없었다.

같은 교실에 있으면 누구나 친구였다.

공부 잘해서 전교 1등 하는 아이도, 공부 못해서 전교 꼴찌하는 아이도 친구였다.

도시락에 햄 소시지 잔뜩 싸 오는 아이도, 젓가락만 들고 돌아다니면서 남의 반찬 뺏어 먹는 아이도 모두 친구였다.

저 애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친구요.” 

이제 다시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안에 너무 많은 기준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맹헌자가 새삼 대단하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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