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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5. 2024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 드는 그때 희망이 보인다


몸 상태가 안 좋았는지 커피를 마시는데 입이 썼다.

커피가 쓰긴 하지만 그 쓴맛을 달게 여기며 마셨는데 오늘따라 쓰기만 했다.

커피가 왜 이렇게 쓸까?

생각하다가 내 입이 써서 커피가 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내 입이 쓰기도 하지만 내 삶이 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이 어린 직원에게 물었다.

“커피가 쓴 것일까? 입이 쓴 것일까? 아니면 인생이 쓴 것일까?” 

그 직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큭큭거리다가 “셋 다 써요.”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내 입에서 “자네가 인생이 쓰다는 걸 아나?”라는 말이 나오려고 했다.

급히 입을 닫았다.

커피가 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입도 쓰다.

그것도 다 안다.

그런데 인생이 쓰다는 사실은 쓰디쓴 인생을 경험해 보아야만 안다.

과연 저 젊은이도 인생의 쓴맛을 알까?

당연히 알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내 경험만이 제대로 된 경험이며 다른 사람의 경험은 그냥 맛보기 정도라고 치부해 버린다.

내가 살아온 삶이 가장 아팠고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다른 사람이 힘들었고 아팠다고 하면 ‘그까짓 일을 가지고 괜히 엄살을 부리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내 눈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지구만큼 무거운 일일 수 있다.

반면에 내가 짊어진 인생의 짐이 무겁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가볍게 보이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아파 죽겠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엄살 부리지 말라며 웃어넘긴다.

그들은 내 고통의 강도를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알지 못한다.

이 계단만 넘어가면 인생이 활짝 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계단이 지나니 또 다른 계단이 보였다.

그때 우리 마음에 절망감이란 게 찾아온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몸부림을 칠 때마다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그냥 빨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는 일마다 실패할 때 그렇다.

사람을 만나 사귀려고 했는데 여지없이 차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선택의 상황에서 신중하게 한쪽을 선택했는데 결과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쪽에서 대박이 날 때도 그렇다.

운동경기를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린다.

눈을 뜨고 귀를 열었을 때면 영락없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졌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불행의 길을 잘 피하면서 성공의 길을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성공의 길을 피하고 불행의 길을 걷는 것 같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삶이어서 내 인생은 통째로 불행한 것 같다.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가 그런 삶을 산 것 같다.

당연히 그는 삶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회의론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극한 회의론에 빠지면 오히려 희망이 생긴다는 사실을.

뭐 이런 식이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비극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비극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인 게 다행 아니야?” “어차피 인생은 힘든 거야. 내 인생이라고 해서 힘들지 말라는 법이 있어?” 

글을 쓸 때 부정문으로 쓸 때가 있다.

부정문으로 글을 쓰면 맥이 빠진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문이 더 강한 동기 유발을 주기도 한다.

부정문을 부정하면 매우 강한 긍정이 된다.

인생을 쓴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쓴 것보다 조금이라도 덜 쓰면 인생이 달다고 한다.

내 인생이 망했다고 한번 생각해 보라.

그래도 이만큼 살고 있다면 그게 축복이요 기적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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