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을 앞두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by 박은석


지난 몇 년 동안 삼일절과 광복절 어간에는 독립운동에 대한 책을 읽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삼일절과 광복절이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국경일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독립운동에 대한 책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다.

국민학생 때였는지 중학생 때였는지 모르는데 아버지가 월부로 위인전 세트를 사주셨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 전집에 등장하는 위인들의 대부분은 독립운동가들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동양척식주식회사라는 기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본부에 폭탄을 던졌던 나석주 의사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청산리전투의 영웅인 김좌진 장군도 알게 되었고 일본 왕에게 폭탄을 던졌던 이봉창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안중근, 홍범도, 유관순, 김구, 홍범도, 윤봉길, 안창호 정도를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위인들을 알게 되었다.




책읽기 운동을 벌이면서 삼일절과 광복절 어간에 내가 잘 몰랐던 위인들을 찾아보았다.

약산의 김원봉을 알게 되었고 상해 임시정부 요원이었던 양우조, 최선화 부부도 알게 되었다.

땅과 집을 처분하고 만주, 연해주, 북간도로 떠나가서 그곳에서 독립운동의 힘을 보탰던 위인들을 한 명씩 만나보는 것은 굉장한 기쁨이었고 감동이었다.

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아리랑>, 님 웨일즈의 <아리랑>, 박시백 화백의 <35년> 등을 읽으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덮을 때마다 진한 감동이 몰려왔고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깊은 경외감이 일었었다.

그분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희생하셨던 분들이다.

그분들처럼 살 수는 없지만 나 나름대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올해 삼일절을 앞두고는 누구에 대한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된다.

나로서는 분명히 위인이고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나라를 빼앗긴 1910년 8월 29일의 한일병탄 이후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은 너무나 처절했었다.

그리고 너무나 안쓰러웠다.

싸우려면 사람도 있어야 하고 무기도 있어야 했는데 독립운동가들에게는 모든 게 부족했다.

당시에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일제는 이미 청나라와 싸워서 이겼고 러시아와도 싸워서 이겼다.

그런 나라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칭 똑똑하다고 했던 양반들이 대부분 친일로 돌아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불가능한 독립운동을 펼치는 것보다 일제에 동화되어서 일본 국민으로 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 밖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라도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조선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시에는 제국주의의 폐해를 외치는 이들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계통이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운동이었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국경을 떠나 북쪽으로 간 독립운동가들 중 상당수가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한 소련과 중국의 도움을 받았다.

1930년대였다.

해방 이전이었고 6.25전쟁 이전이었다.

그런데 그 독립운동가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처구니없다.

그들은 공산주의를 추구한 것이 아니다.

다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소련과 중국의 힘을 빌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들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 당시에 당신의 할아버지는 독립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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