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과 광복절이 다가오면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한 위인들에 대한 책을 읽는다.
솔직히 올해는 마음이 더 무거웠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누구나 존경했던 독립운동가를 매도하는가 하면 차마 독립운동가라고 말을 하기조차 힘든 인물을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떠벌리는 자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느냐고 물어보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되레 꾸중을 듣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라도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삼일절과 광복절이 다가오면 우리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다.
특별히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위인들에 대한 책을 읽는다.
내가 특별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투철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의 뿌리를 알고 싶어서 역사책을 읽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싶어서 역사책을 읽는다.
오늘은 박은식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읽었다.
박은식 선생은 구한말에 과거에 급제할 정도로 한학에 조예가 깊었다.
삼일운동 이후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요원을 지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공금횡령과 여러 가지 사유로 탄핵당하자 무너져가는 임시정부의 수장을 맡았다.
그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셨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고령이었던 67세의 삶을 영위하기에는 힘에 부치셨다.
그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백범 김구 선생이 수장직을 맡으셨다.
박은식 선생의 개혁으로 대통령이 아니라 주석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비록 선생은 떠나셨지만 그분이 남긴 <한국통사>, <안중근전>, <한국독립운동지혈사> 등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되었다.
이 책들은 당시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고통들과 어떻게 독립운동을 전개했는지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국통사>는 한국인이 겪고 있는 역사를 아픔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안중근전>은 당시에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혔던 안중근에 대해서 새로운 평가를 내린 귀한 책이다.
<한국독립운동지혈사>는 구한말부터 삼일운동 이후까지 우리 민족이 얼마나 처절하게 독립운동을 해왔는지 실제적인 예를 들면서 알려주는 책이다.
사실 박은식 선생은 ‘독립운동사’보다 ‘광복사’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자신의 시대에 광복을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나이가 많아지고 광복은 더 뒤로 미뤄지는 것 같아서 자신의 글을 ‘독립운동사’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그분도 지금 당장 대한민국이 독립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영원히 대한민국이 일본의 속박을 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독립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독립운동을 펼쳤는지 기술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광복하는 날이 올 것이고 일본은 패망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광복할 이유는 우리에게는 뛰어난 문화와 민족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 패망할 것이라는 이유는 일본이 간사한 꾀와 군사력이라는 힘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일본이 제아무리 조선을 일본에 편입시켜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물과 불이 서로 어울리지 않듯이 조선은 일본에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일본처럼 문화와 민족혼이 뒤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산업화를 이룬 나라들이 있다.
그러나 박은식 선생은 그런 나라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고 피력하였다.
100년 전에 살았던 어른께서 이렇게 깊은 통찰력을 주실 줄은 몰랐다.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힘이 세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이끌어갈 문화와 민족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구구절절 내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