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들이 독립운동가 아닐까요?

by 박은석


“저들은 내가 불령(不逞) 불경(不敬)하다고 죽음으로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세상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떨쳐버리는 용감한 혼을 가져야 한다.

나는 당연히 용감한 혼을 가졌다.

세상에 어떠한 것을 정말로 무서워해야 할 것인가?

그것을 나는 놈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그들이 내 목을 단두대에 걸 수는 있을지언정 내 손으로 뿌린 씨앗을 태워 부술 순 없을 것이다.

일본에게 입힌 상처를 낫게 할 수는 없다.

내 몸을 단두대에 한 방울의 이슬로 사라지게 할 수는 있으나 내가 뿌린 씨앗은 후세에 남아 딱딱한 지각을 깨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종국에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내가 일본제국에 준 상처는 영원히 일본인의 몸에 남아 심장을 썩게 해서 마침내는 제국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나는 승리자다.

영원한 승리자다.”




박열의 <강자의 선언>에 실린 글귀이다.

그는 1923년에 일본 천황 부자를 암살할 계획을 세웠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체포되었다.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선고가 내려지자 박열은 판사를 향해 “재판장 수고했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의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는 만세를 불렀다.

박열과 가네코는 빨리 사형 집행을 하라고 요구했으나 일본 법정은 형집행을 할 수 없었다.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가 일본 사회에 던진 질문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제국주의와 천황제의 허점을 정확히 꼬집었다.

국가가 백성을 보호하지 않고 착취하고 있으며, 하나의 우상에 지나지 않는 천황 때문에 백성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결과 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공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열은 모든 것을 멸하라고 외쳤다.

그거에 참된 자유와 평등과 평화가 있다고 외쳤다.




일본 정부는 박열과 가네코에게 사형을 집행했을 때 엄청난 사회적인 파장이 따라올 것을 알았다.

당시 일본 사회에서도 천황제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타협점을 찾았다.

천황이 박열과 가네코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어서 살려주었다는 시나리오를 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박열과 가네코는 무기수가 되었다.

두 사람은 결코 이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일본 법정이 뭐라고 결정을 하든지 박열과 가네코는 자신들의 운명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혹시나 자신들의 마음이 바뀌어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될까 그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네코는 감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인이었지만 일본제국주의와 천황제, 그리고 일본 법정에 항거하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을 하자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조선인들은 박열을 석방하라고 봉기하였다.

보름도 안 되어 박열이 석방되었다.

22년 2개월 만에 담장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라고 부르는 분들은 이런 분들이 아닐까?

지금에 와서 역사적으로 재해석해서 누가 독립운동가였네 할 게 아니다.

1945년 8월에 만세를 외쳤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해 주었던 분들이 독립운동가이다.

삼일절을 보내면서 삼일절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 하는 자들에게 화가 난다.

누가 뭐래도 삼일절은 삼일절이다.

일제에 항거해서 대한의 독립을 외친 날이다.

죽고 다치고 집안이 무너지더라도 외쳤던 소리가 대한의 독립이었다.

거기에 다른 단어가 끼어들 공간이 없다.

자유니 평화니 하는 말들은 독립된 이후에 들어올 말이다.

너무나 답답해서 박열의 시를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개새끼> -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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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의사와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서 찍은 사진과 2024년 삼일절에 읽은 박열과 가네코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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