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기분 좋은 밤이다.
저녁 시간에 일찌감치 모니터를 앞에 앉았다.
오늘은 한국과 대만의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다.
야구경기가 한창일 때 프리미어리그 축구 토트넘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손흥민 선수가 출전했다.
토트넘의 경기가 30분 지났을 때 한국과 일본의 축구 경기가 있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다.
그 중간에 여자 배드민턴 결승전도 열렸다.
안세영 선수가 중국 선수와 경기를 했다.
같은 시간대에 3개 종목이 겹쳤다.
어느 종목을 봐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는데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고른 방법은 듀얼모니터를 통해서 3개 종목을 시청하는 거였다.
모니터 하나에는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를 띄웠고 다른 하나의 모니터에는 절반은 토트넘의 축구경기를 띄웠고 절반은 한국과 대만의 야구경기와 안세영 선수의 배드민턴 결승전 경기를 띄웠다.
탁월한 방법이었다.
야구경기가 먼저 끝났다.
우리가 대만을 2대 0으로 이겼다.
이전에 대만에게 0대 4로 졌던 전적이 있었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우리가 이겼다.
금메달을 땄다.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조짐이 일었다.
그다음에는 안세영 선수가 세계 랭킹 3위인 중국의 천위페이 선수를 이겼다.
두 번째 게임에서 부상을 당해서 과연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는데 결국 이겨냈다.
그리고 세 번째 게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완벽한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축구경기는 시작하자마자 일본에게 선취점을 줬다.
뭔가 엉성한 듯했으나 우리 팀의 경기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고 있었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점골을 넣고 또 역전골을 넣었다.
우리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 와중에 토트넘이 1대 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의 팀이 또 이겼다.
이로써 내가 응원했던 모든 팀이 이겼다.
운동 경기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객관적인 전력이 아무리 앞서는 팀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구기 종목은 특히나 더하다.
공은 둥글어서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
꼴찌 팀이 1위 팀을 이기기도 한다.
그래서 경기를 응원할 때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만큼 우리 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다.
골을 넣을 때마다, 점수를 얻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내가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긴 것 같다.
선수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선수들과 내가 마치 한 팀이 된 것 같다.
선수들의 마음이 내 마음인 것 같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아파서 쓰러지면 마치 내가 다친 것 같고 내가 아픈 것 같다.
경기를 보는 내내 내가 경기장을 뛰는 선수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기뻐하고 눈물을 흘린다.
평상시에는 내가 대한민국의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운동 경기가 있을 때는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내가 대한민국의 사람인 것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이 이기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나도 기분이 좋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안타까운 결과를 얻으면 나도 마음이 안 좋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경기에 임할 것이고 나는 응원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을 한다.
선수들이 이기면 대한민국이 이기는 것이고 선수들이 지면 대한민국이 지는 것이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대한민국의 대표자들이다.
그리고 그 선수들을 응원하는 나도 대한민국의 대표자이다.
운동 경기를 하면서, 운동경기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내가 대한민국의 대표자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