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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25. 2024

객관적 수치는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남녀 단체전 경기가 다 끝났다.

여자 단체전은 8강에서 중국 팀에 패했다.

남자 단체전은 4강에서 역시 중국 팀에 패했다.

'제발 제발'하며 기대를 가졌지만 여자 팀은 중국에 0대 3으로 졌다.

역시 중국 탁구의 수준은 높았다.

공은 둥글고 기적은 일어난다는 마음으로 남자 탁구를 지켜봤다.

정말 기적이 일어나는가 싶었다.

첫 경기를 우리가 이겼다.

1대 0.

두 번째 경기는 우리가 졌다.

1대 1.

세 번째 경기에서 또 우리가 이겼다.

2대 1.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되었다.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연거푸 우리가 두 게임을 졌다.

결과는 2대 3으로 우리 남자 대표팀이 석패했다.

여자 팀도 남자 팀도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졌지만 잘 싸웠다.

솔직히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을 뿐이다.




만약 탁구가 아니라 축구였다면 어땠을까?

역대 우리나라와 중국의 축구 경기는 모두 36번 있었다.

결과는 21승 13무 2패로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이 축구를 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가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스포츠 배팅 업체에서도 우리나라에 더 많이 배팅할 것이다.

조금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는 결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기적이 일어날 확률도 있다.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이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축구 강대국들을 이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쩌다 한 번 찾아온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스포츠의 세계는 이처럼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에 수긍한다.

강팀이 이겼다고 해서 이상히 여기지도 않고 약팀이 졌다고 해서 이상히 여기지도 않는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만 이런 분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에서나 이런 전력 분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운동장, 인생이라는 운동장에서 일생을 뛰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15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했다.

수도권이고 지하철역 근처이다.

역세권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스타벅스가 없었다.

다른 브랜드의 카페들은 있었는데 스타벅스는 없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나는 스타벅스가 이 지역에서 이윤을 올리기 힘드니까 입점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스타벅스 매장이 2군데 생겼다.

왜 생겼을까?

스타벅스가 이 지역에서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커피 소모량 등 철저한 시장조사를 했을 것이다.

객관적인 수치는 결과를 예측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런 객관적인 수치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신뢰하지 않는 객관적 수치가 있다.

흔히 여론조사라고 하는 정치 관련 설문조사다.

누가 어떻게 조사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사에 응하는지 들여다보면 한심하기가 짝이 없다.

거의 매일 올라오는 이런 통계수치가 내 마음을 오염시키는 것 같다.

언론 오염이고 여론조사 오염이다.

객관적이라고 하는데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 또 다른 수치도 있다.

세계정세에 대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러시아가 곧 망할 것이라는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자기 글에 책임을 질까?

내가 러시아를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다.

객관적 수치는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희망사항을 객관적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건 망상이고 다른 사람을 호도하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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