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불어닥쳐도 봄은 봄의 길을 간다

by 박은석


3월이 시작되자마자 매서운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하늘은 맑고 태양은 밝게 빛나는데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꽃 피는 봄이 오는 것을 몹시도 시샘하는 날씨였다.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때아닌 감기와 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 앞에 심긴 목련나무를 봤더니 이제 막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얘는 또 왜 이렇게 급한지 모르겠다.

목련꽃을 피우려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려나 보다.

목련꽃이 고생깨나 하게 되었다.

봄이라고 활짝 꽃을 피웠다가 난 데 없는 칼바람을 맞을 것 같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나가야 하나 망설여진다.

어떤 날은 너무 따뜻해서 겨울옷이 민망할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다시 겨울이 온 듯 추워서 두꺼운 옷을 왜 안 입고 나왔나 후회하기도 한다.

3월은 그렇게 우리에게 온다.




춘삼월 꽃피는 봄이 왔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갑작스러운 추위가 나를 공격한다.

그럴 때 나는 무방비 상태로 장렬하게 당한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의 방심으로 처참한 결과를 맞이한다.

꽃샘추위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어느 한순간이라도 방심할 수 있는 때가 없다.

세상은 꽃샘추위처럼 갑자기 나에게 몰아붙인다.

내가 편안히 있는 모습을 봐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바람 한 번 지나갔나 싶으면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가야 한다.

바람을 피하여 계속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은 오늘의 길을 가야 하고 내일은 내일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가는 길은 잘 닦여진 넓고 곧은길이 아니다.

길인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는 허허벌판 같다.

도저히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깊은 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곳에 한 발 내딛고 또 한 발 내딛는 것이다.

앞으로는 갈 수 있지만 뒤를 돌아서 갈 수는 없다.

가시덩굴이 나오면 가시덩굴을 헤치고 가야 한다.

풀숲이 나오면 풀숲을 가르면서 가야 한다.

모든 환경이 내가 걸어가는 길을 시샘하고 방해하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뎌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곳인데 내가 발자국을 하나씩 내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내 발자국을 따라서 조그만 길이 만들어져 있다.

1969년 7월 20일에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선인 이글호가 달에 착륙했다.

착륙선의 문을 열고 나온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껑충 뛰면서 달에 발을 디뎠다.

달 표면에 그들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그때까지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곳이었다.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발자국이 하나의 길이 되었다.




지구로 귀환한 후에 인류 역사상 달 표면에 맨 처음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어느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명언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작은 한 걸음’은 결코 작지 않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큰 한 걸음이었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길도 그러하다.

아무도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이 없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길이 힘든 길이고 불가능한 길이라며 투덜댄다.

그런데 로버트 프로스트라는 시인은 <자작나무>라는 시에서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노래했다.

천상병 시인도 <귀천>이란 시에서 자신의 길을 ‘아름다운 소풍 길’이라고 노래했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불어닥쳤지만 봄은 봄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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