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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06. 2024

브런치스토리 예찬

 

2020년 9월 11일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물론 그전에도 글을 쓰고 있었지만 내 이름에 작가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쑥스러웠다.

그런데 브런치 스토리에서 나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고마웠다.

브런치스토리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내가 브런치 스토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브런치를 통해서 등단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저절로 보답하게 되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그것은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마치 맛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매일 브런치스토리를 들락거리는 것이다.

맛집 식당이 존재하는 방식은 한마디로 매일 손님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식당이 맛집이다.

나는 브런치스토리가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나는 브런치에 충실한 작가라고 자부한다.

2020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만 3년 동안 거의 매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렸다.

빠진 날도 있지만 몇 날 되지 않았다.

구독자가 많지는 않지만, 조회수가 많지는 않지만 내 글은 그날그날 어김없이 브런치스토리에 올라갔다.

이 말은 곧 내가 매일매일 브런치스토리를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오늘은 어떤 글을 올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브런치스토리를 들여다보았다.

글감이 떠오르고 글의 내용 전개 방향이 정해지면 그다음에는 거침없이 글을 썼다.

매일매일 그날만의 독특한 주제로 한 장의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브런치스토리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이 얼마인지 살펴보니 2024년 3월 5일 기준으로 1229편의 글이 올라가 있다.

3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대견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런데 나 못지않게, 아니 나보다 더 대단하게 글을 올리는 작가들이 있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들 중에서도 몇 분이 그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분들은 이야기의 샘이 마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철저한 자료 조사까지 마친, 한 편의 논문 같은 글을 올리기도 한다.

한 편의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기 위해 정말 정성을 다 쏟는 것 같다.

그런 분들이 나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다.

하루 중 틈나는 시간에 글을 쓰든, 아니면 전업작가의 자세로 글을 쓰든 매일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삶이야말로 그 자체로 존경받을 만하다.

내 주변에 매일 일기를 쓰는 분들이 있다.

일기이니까, 지극히 사적인 글이니까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 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일기를 쓸 수 있는 건 일기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브런치스토리가 일기장 같다.

그곳에 매일 새 글을 채워 넣는 기쁨이 있다.




가끔 이만했으면 됐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만 쓸까?’ 하는 마음 말이다.

몸이 피곤할 때가 그렇다.

딱히 쓰고 싶은 글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그렇다.

그런데 하루 이틀 글을 안 쓰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평안하게 잘 지내던 마을에 갑자기 큰 싱크홀이 생긴 것 같다.

땅에 생긴 싱크홀은 흙으로 메우면 되지만 내 마음에 생긴 싱크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글을 안 써서 생긴 싱크홀이니 글로 메울 수밖에 없다.

늦은 밤이어도 하루라는 시간을 넘겨 새벽시간이 되더라도 나의 글이 올라가는 순간 브런치스토리에 생긴 싱크홀이 메워진다.

그때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

언젠가 나의 글이 브런치에 더 이상 오르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아마 나의 세상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블랙홀이 나를 빨아들이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나는 브런치스토리의 세상에 충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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