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읽어야 되는데 쉽지 않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15년 넘도록 1년 200권 책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여지없이 듣는 말이다.
그들은 나에게 속독법을 익혔냐는 말부터 한다.
나도 속독법을 배우고 싶은데 여지껏 느림보 독서다.
많이 읽다 보니까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어떤 이는 책을 읽고 싶은데 출근길이 1시간이 넘고 퇴근길도 또 1시간이 넘다 보니까 피곤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출퇴근 시간이 각각 1시간 이상이면 출퇴근 시간에만 책을 보더라도 하루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겠다고 말을 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밖에 안 된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안 읽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하면 먹혀들지가 않는다.
마음으로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몸으로 실행되지 않으니 문제이다.
그래서 책읽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15년 동안 책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입장에서 나도 몇 마디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읽을 책을 고르는 데 보내는 시간도 무시하지 못한다.
나의 경우는 감정이 다운되어서 우울한 기분이 들 때는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그러면 다시 힘을 내자는 마음이 든다.
몸이 피곤하여서 집중이 안 될 때는 소설을 읽는다.
문장 하나하나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전체 줄거리가 잡히니까 그것으로 만족한다.
집중해서 책을 볼 때는 인문학 관련 책들을 본다.
역사, 철학, 예술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룬다.
내 마음이 좀 삭막해진 것 같을 때는 시집과 에세이를 읽는다.
그러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흥분이 들기도 한다.
운동을 할 때나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할 때는 짤막한 단편 지식을 모은 책들을 읽는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곧바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 기복에 따라서 책을 고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감정 상태에서 어떤 책이 딱 들어맞는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내가 실행하고 있는 특별한 책읽기 전략이 있다.
계절과 절기에 맞는 책을 읽는 것이다.
봄에는 봄기운이 느껴지는 책을 읽고 여름에는 여름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책을 본다.
그리고 국가 공휴일이나 국경일이 다가오면 그날에 어울리는 책을 읽는다.
그러니까 설날이 되면 설날 분위기에 맞는 책을 보고 추석이 되면 추석 분위기에 맞는 책을 고른다.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다 보니 삼일절이나 광복절 어간에는 독립운동에 대한 책을 읽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삼일절을 앞두고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마음으로 교보문고와 밀리의서재를 들락거렸다.
‘삼일절’, ‘독립운동’, ‘아리랑’.
‘임시정부’, ‘광복군’, ‘북로군정서’ 등 여러 단어로 검색해 보았다.
그 노력 덕분에 몇 권을 얻었다.
이번 삼일절을 맞이하여 비행기로 우리나라 하늘을 최초의 날았던 안창남에 대한 책을 골랐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시로 일제를 야단쳤던 박열에 대한 책도 읽을 것이다.
항일 독립운동사를 다룬 책들도 몇 권 읽을 것이다.
삼일절이 없었다면 이 책들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삼일절이 있기 때문에 삼일절에 어울리는 책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박은식의 <한국통사>도 읽었고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도 읽었으며, 양우조와 최선화 선생이 쓴 <제시의 일기>도 읽었고, 김훈 작가의 <하얼빈>도 읽었으며, 박시백 화백의 <35년>도 읽었다.
만약 삼일절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면 이런 책들을 찾아서 읽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략이 있으니까 그 전략에 맞는 책을 찾아본 것이다.
책읽기 운동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전략을 잘 세우면 책읽기 운동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책이 즐거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