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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22. 2024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아내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반면에 나는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언젠가 현대 추상화에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했던 말이 있다.

몬드리안이 빨강, 파랑, 노랑과 검정색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그 그림을 보면서 나는 대뜸 “이 정도의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그랬더니 아내는, 누구나 몬드리안처럼 그릴 수는 있지만, 그 색을 가지고 그렇게 구도를 잡아서 아무도 그려본 적이 없는 그림을 처음으로 그려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때 나는 미술에 대해서, 아니 예술 작품에 대해서 하나의 해석 방법을 깨달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 아무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미술이고 예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 빈치의 그림이 유명하게 된 것은 다 빈치의 그림이 독특했기 때문이고 모차르트의 음악이 유명하게 된 것은 그의 음악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독특성을 찾아보는 것,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의 독특성을 찾아보는 것이 그 작품을 이해하는 한 방법임을 알았다.

음악과 미술뿐만 아니라 소설과 시 같은 문학작품들도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가 보이고 그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나 음악을 만든 작곡가, 그리고 책을 쓴 작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었을 때 큰 기쁨을 누린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감동이 밀려온다.

그 맛에 작품활동을 하고 그 맛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런 맛이 없으면 예술의 길, 문학의 길이 죽음의 길처럼 힘들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들을 돕는 방법은 그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는 책을 쓴 칼 포퍼라는 유태인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독일을 거쳐 생애 대부분을 영국에서 지냈다.

20세기의 유태인이라면 대충 감이 잡힌다.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1985년 8월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그가 강연을 했다.

그곳에는 20대의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가 강단에 등단했다.


“여든셋이 된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삶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기도 합니다.

나 역시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을 가슴 아프게 떠나보냈습니다.

친척 중 열여섯 명이나 히틀러에게 희생되었습니다.

몇몇은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몇몇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도 여러 차례 절망을 맛봤고, 오늘날에도 마음에 무거운 근심을 안고 있으며, 매 순간 희비가 교차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행복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 문명이 최고조의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식도 기술도 완벽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칼 포퍼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는 학자들이 연구하는 자세로 “첫째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둘째는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셋째는 모르면서 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즉, 우리 인간이나 인간이 구축한 사회는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한 존재가 불완전한 사회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책에서 다 다루지는 않았지만 아마 칼 포퍼는 미래 사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았던 것 같다.

지금의 힘든 문제들은 인간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야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부족함을 메꾸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더 나은 세상도 뭔지 모를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그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들이 뭔가 부족한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제 하나를 극복하면 또 다른 문제를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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