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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05. 2024

세상에서 제일 어처구니없는 상, 이그노벨상


매년 10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앞서서 대서양 건너편인 미국 동부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상이 발표되기 전에 하버드 대학교 새 극장에서는 이그노벨상((Ignobel Prize)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그노벨은 이그(Ig)와 노벨(Nobel)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이그(Ig)’는 ‘명예롭지 못한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단어의 약자이다.

그래서 이 이그노벨상은 다시 실험할 수도 없고 다시 실험해서도 안 되는 업적일 이룬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그야말로 엉뚱한 연구를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그노벨상의 후보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들은 정말 황당무계하다.

어떻게 저런 연구를 다 했을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들이 많다.

일단 이그노벨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된 연구들은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연구라고 보면 된다.




2014년에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은 체코 생명과학대학교 연구팀은 개들이 똥을 싸는 모습을 2년 동안 관찰한 끝에 개들이 자기장의 남북방향으로 똥을 싼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2년 동안 37종의 개 70마리가 1893번 똥을 싸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하니까 그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다.

그보다 앞서 2005년에는 펭귄이 인간보다 8배나 강한 힘으로 똥을 싼다는 연구 결과에 이그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상을 받은 연구원들은 펭귄이 둥지에서 알을 돌볼 때는 똥을 쌀 때도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 펭귄은 엉덩이를 둥지 바깥으로 내밀고 똥을 싸는데 똥이 날아가는 평균 거리가 무려 40cm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펭귄이 똥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연구팀은 펭귄의 똥이 언젠가 로켓을 만들 때 적용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그노벨상 수상자 명단에는 한국인들도 몇 명 있다.

1960년에 3쌍을 결혼시킨 것을 시작으로 해서 1997년에 360만 쌍의 커플을 결혼시킨 합동결혼식의 대가 문선명 씨가 2000년에 이그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결혼식을 경제적으로 치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이그노벨상 수학상 수상자로는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가 선정되었다.

그는 1992년 10월 28일에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예언을 했는데 그의 예언에 감명을 받은 신도들이 무려 2만 명이나 모여서 휴거를 준비하였다.

물론 그의 예언은 불발되었다.

하지만 이그노벨상 선정 위원회에서는 수학적인 추정을 할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미선교회가 몸소 세상에 일깨워주었다면서 그 공로를 인정하여 이장림 씨를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지 말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했던 것이다.




이그노벨상의 후보작들은 정말 괴상하기 짝이 없다.

시간 낭비이고 돈 낭비인 것 같은데 남들의 조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많이 있었다.

별 쓰잘 데 없는 일에 힘을 빼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들도 그것들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쓰잘 데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눈에 엉뚱해 보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중요한 것이 되기도 한다.

꼭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도 5년 10년이 지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유물이 되기도 한다.

이그노벨상은 우리에게 그런 사실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그노벨상의 문양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단순히 웃긴 그림이 아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땅에 떨어진 모습이다.

궁둥이를 치켜들고 방귀 뀌는 모습이다.

그 냄새나는 현실 속에서 인류의 찬란한 문화 예술이 싹이 트게 되었다.


++ 그림 출처 / https://2020ilovejesus.tistory.com/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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