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란 것은 꼭 하려고 하는 심보

by 박은석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게임은 주구장창 한다.

대한민국의 초중학생 아들을 둔 가정이 이야기이다.

이쯤 되면 이 녀석은 누구를 닮아서 이런가 싶을 거다.

아빠는 자기가 어렸을 때는 저렇게 게임에 빠지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하긴 그때는 전자게임이라는 게 흔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동네 구멍가게 옆에 있는 전자오락실이 전부였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으니 용돈이 떨어지면 더 이상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락실을 떠나지 못하고 해가 저물 때까지 기웃거리기는 했을 거다.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릴 때 즈음이면 마지못해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고래고래 고함치며 야단치셨을 거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또 오락실이냐?” 그렇다.

하라는 대로 다 하면 대한민국의 아들이 아니다.




하지 말란 것은 꼭 하려고 하는 심보는 인간의 본능이며 유전이다.

그 반대인 하라는 것은 곧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마음도 그렇다.

건강검진하면 해마다 듣는 말이다.

의사는 운동을 하라고 한다.

친절하게 1주일에 몇 시간, 어떤 운동이 좋다고 한다.

대답은 시원스럽게 한다.

그런데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린다.

운동 안 한다.

하기는 그렇게 운동하라고 말해 주는 의사 선생님도 운동을 안 하는 것 같다.

프로는 프로를 알아보지 않는가?


그래서 하기 싫은 것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게 만들까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을 주면 좋다, 벌을 주면 좋다 말들은 많은데 막상 해 보면 사람들은 잘 안 한다.

그래서 아예 반대로 말하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너 이제부터 공부하지 마!”라고 하면 아이가 공부한대나 어쩐대나.




그리스신화를 보면 제우스가 대장장이 신을 시켜 판도라라는 여자를 만들었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생일 축하 선물로 상자(항아리) 하나를 주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했다.

그럴 거면 아예 주지를 말지.

판도라는 그 상자를 고이 간직하다가 어느 날 더 이상 호기심을 견딜 수 없어서 그 뚜껑을 열어버렸다.

그러자 세상의 온갖 나쁜 것들이 다 튀어나왔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고 에덴동산에서 살게 하셨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다른 모든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지만 동산 가운데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고 하셨다.

먹으면 죽는다고 하셨다.

아담과 하와에게 먹을 것은 엄청 많았다.

하지만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 보니 더욱 먹고 싶었다.

결국 둘이 잘 먹었다.




인류의 시초부터 하지 말란 것은 꼭 하려는 심보가 있었다.

본능이다.

그리고 그 심보는 대대로 내려왔다.

유전이다.

먹으면 죽는다고 해도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말 안 듣는 고집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고집은 강씨가 제일 강하고 최씨가 최고로 세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 성씨인 박씨도 한고집하고, 김씨나 이씨 고집도 만만치 않다.

모든 사람이 다 똥고집이다.

그런데 그 똥고집 때문에 전문가가 생기고 새로운 문명이 창출되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던 아들이 게임 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딴따라 하면 집안 망한다며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그 길로 들어서서 집안을 일으킨 연예인들도 많다.

세계적인 기업 <현대>를 일군 고(故) 정주영 회장은 소 한 마리 끌고서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정말 무엇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인생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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