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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3. 2024

사소한 일이 사소하게만 끝나지는 않는다


1776년에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미국은 넓은 땅을 효과적으로 통치하려면 정보의 전달이 신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일찌감치 우편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우체국의 전신이 우정국이었던 것처럼 미국 우체국의 전신은 포니 익스프레스(Pony Express)였다.

포니 익스프레스의 배달원들은 하루에 대략 120Km를 달렸다고 한다.

물론 두 발로 뛰어다닌 게 아니라 말을 타고 다녔다.

당시 미국 사회는 매우 불안정했기에 배달부들은 권총을 착용하였고, 한 손에는 말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말채찍을 들었다.

호주머니에는 성경책을 넣었고 가슴에는 배달부의 배지를 달았으며 어깨에는 배달부의 가방을 둘러맸다.

배달부의 일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으므로 구인 자격에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을 정도였다.

혹시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끄럽지 않도록 부모가 없는 고아를 우선적으로 채용하였다.

포니 익스프레스의 우편배달부 구인 광고




생명 수당을 적용해서 그런지 배달부의 임금은 굉장히 높았다.

당시 노동자들의 주급은 대략 2달러 정도였는데 배달부는 주급이 25달러였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한 상태로 일을 해야 하는데 배달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우편 가방이었다.

배달부들의 우편가방은 천연고무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주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뿐만 아니라 날씨가 더워지면 가방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반면에 날씨가 추워지면 가방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갈라졌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우편가방은 1년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고작 1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우편가방을 제작하는 비용으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서 새로운 우편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그 적임자로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라는 과학자가 뽑혔다.




굿이어는 탄력적이면서도 견고한 가방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매달렸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은 점점 안 좋아져 갔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아내가 굿이어에게 돈을 벌어오지도 못한다며 악담을 쏟아낼 정도였다고 한다.

어쨌든 어느 날 굿이어서 실수로 유황을 섞은 고무를 난로 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는데 몇 시간 후에 돌아와서 보니 고무가 단단하게 굳어 있으면서도 탄성이 강한 상태로 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유황과 고무가 섞인 상태에서 난로의 열이 가해지자 고무가 굳어지면서 탄성이 강한 상태로 변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형된 고무에서는 천연고무에서 났던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날씨가 덥다고 해서 고무가 녹아내리지도 않았고 춥다고 해서 고무가 갈라지지도 않았다.

예기치도 않았는데 마법의 고무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굿이어는 새로운 고무의 특허를 신청했다.

이렇게 굿이어에 의해서 고무를 가공하는 방법인 가황법이 소개되자 전 세계적으로 고무산업이 엄청 발달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 중에서 고무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것의 없다.

그만큼 가황법은 인류에게 큰 공헌을 끼쳤다.

굿이어의 아들은 가황법에 의해서 가공된 고무를 사용하여 자동차 타이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자동차 바퀴에 쓰이는 ‘굳이어 타이어’가 탄생한 것이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가방의 냄새를 없애는 일이었다.

가방이 녹아내리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가방이 갈라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고작 새로운 우편가방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사소한 일이 전 세계에 고무산업을 발전시켰다.

자동차산업을 일으켰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다.

사소한 일이 사소하게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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