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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10. 2024

곤충이 사라져 버리는 끔찍한 세상


나름대로 지구 환경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오존층 증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의 밀림지역 파괴, 미세플라스틱의 공격, 자원고갈, 인류세 등 환경에 대한 책들도 여러 권 읽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만약 꿀벌이 사라지면 어떤 세상이 될까 상상해 본 적도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아도 미래의 지구 환경은 매우 우울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실천하면서도 과연 이 일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얼마나 늦출 수 있을까의 문제이지 지구 환경을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이 환경 속에서 살다가 가는 것이 축복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래 세대인 우리 후손들은 지금보다 훨씬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인류가 대단한 기계를 만들어서 환경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을 안 믿는다.




최재천 교수의 <곤충사회>를 읽으면서 또 다른 염려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 하나를 최재천 교수가 알려준 셈이다.

그가 알려준 문제점은 ‘곤충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곤충이라는 존재는 징글징글한 벌레들이니까 눈에 안 보이는 게 좋은 줄 알았다.

어쩌다가 내 눈앞에 벌레가 보이면 에프킬라 모기약을 뿌리든지 휴지로 꾹 눌러서 죽이든지 했다.

벌레는 싫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곤충은 싫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곤충을 싫어한다.

곤충은 병충해를 옮기는 지저분한 생물이다.

그것들이 꾸물대는 것만 봐도 소름이 끼친다.

다행히 방역이 잘 되어서 그런지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가 곤충이 많아지면 아홉시 뉴스에 기삿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지자체에서 곧바로 방역 차량을 보내 곤충을 잡는다.

곤충이 사라진 동네는 깨끗해진다.     




그런데 최재천 교수는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곤충을 보고 있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곤충은 동물계에서 맨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곤충이 줄어들면 그 곤충을 먹고살아야 하는 작은 동물들이 먹고살 수가 없으니까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곤충을 잡아먹어야 할 비둘기, 까치, 까마귀가 요즘은 곤충을 먹지 않는 것 같다.

아침에 마을길을 걷다 보면 요것들이 곤충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구멍을 내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먹고 있다.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할 지경이다.

먹이를 주지 않더라도 그 녀석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먹을 것을 잘도 찾아 먹는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새들은 땅에 기어다니는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내가 보기에도 그들이 잡아먹을 수 있는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다.




곤충이 사라진 세상에는 그 곤충을 잡아먹고 살아가던 새들과 작은 동물들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아가던 덩치 큰 동물들도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가다 보면 머지않아 이 지구상에 남아나는 동물들이 없을 것이다.

닭도 사라지고, 돼지도 사라지고, 소와 양, 염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닭고기도 못 먹고 삼겹살도 못 먹고 소고기도 못 먹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지구 위에 유일하게 움직이는 존재라고는 인간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우리 인간에 의해서 수많은 동물 종들이 멸절되었다.

희귀류로 분류된 동물들, 천연기념물로 분류된 동물들도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동물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우리가 그들의 세상을 파괴해 버렸다.

우리가 이 지구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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