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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멀리 있는 친구에게 찾아가는 날
by
박은석
Nov 2. 2020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온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의 첫머리인 학이편(學而編)에 나오는 군자의 즐거움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구절이다.
첫 문장은 ‘배우고 또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씀이다.
하여간 이 두 문장은 중학생 때부터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다.
시험에도 많이 나왔다.
첫 문장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마다 선생님들께서 예를 들어서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두 번째 문장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친구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으니 친구를 잘 사귀라는 교훈으로 많이 말씀하셨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사춘기 시절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쏙쏙 들어왔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영원히 변치 않는 우정을 간직하자고 약속들도 하였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기원전 550년경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2500년의 시간적인 차이가 있다.
지금에야 친구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교통 통신의 도움을 받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편지를 쓰고 사람을 보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야 했고 친구가 있는 곳까지 직접 걸어서 가야만 만날 수가 있었다.
그러니 먼 곳에서 친구와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기뻐서 한걸음에 달려갔을 것이다.
친구의 모습을 보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식구들의 안부는 어떤지 물어봤을 것이다.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면 이웃에서 꾸어서 오더라도 밥을 짓고 고기를 삶아 맛있게 식사를 하고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고향을 떠나 살았던 사람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쟁과 난리가 나서 타지로 가거나 관직에 올라서 나라의 부름이 입었거나 먼 곳으로 시집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서 평생을 살았고 친구들은 항상 이웃에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 시대에 친구가 먼 곳에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여곡절 사연이 많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보고 싶은 마음을 접고 또 접다가 겨우겨우 경비를 마련하고 여장을 준비하여 며칠을 걸어 친구 찾아가는 길은 흥분과 설렘의 도가니였을 것이다.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별을 바라보면서 별 하나하나에 친구들의 이름을 붙여서 불러본다고 노래하였다.
그만큼 친구가 그리웠던 것이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 찾아온 친구 못지않게 반가운 친구가 있다.
그것은 심적으로 멀어졌던 친구가 다시 가까이 다가올 때 느끼는 즐거움이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여겼던 친구일지라도 사소한 일에 틀어지고 마음이 상해서 멀어질 때가 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었으면서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들만큼 마음이 떠나버린 친구가 있다.
먼 곳으로 떠나간 친구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찾아오는데 마음이 멀어진 친구는 10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지난날의 오해는 이제 그만 풀자며 미안했다고 용서한다고 손을 내밀고 다시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면 그 얼마나 기쁘지 않겠는가?
그 순간에는 마음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억울함과 섭섭함이 다 녹아내리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오늘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니 오늘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 멀리 있는 친구에게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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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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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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