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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2. 2024

노아는 술김에 함을 저주한 게 아니다

성경이야기 15


과학자들은 지구가 대략 45억 년 전에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생성된 지구에서 단세포생물이 생겼고 세포분열의 과정을 거쳐 다세포생물이 되었으며 이후 여러 종의 생물들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인류는 굉장히 나중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20만 년 전에 출현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와 별도로 지리학자들은 지구의 땅 색깔을 살펴보았는데 깊이에 따라 땅이 다른 색깔을 띠는 것을 발견했다.

땅의 색깔이 변하게 된 이유, 지층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지구가 엄청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전 지구적으로 큰 불이 일어났거나 대홍수가 일어나거나 땅이 얼어붙거나 얼어붙은 땅이 풀리는 일 같은 것이다.

이런 큰 변화가 있을 때 지구상의 생물들은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구는 적어도 5번의 대멸종의 시대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노아 시대는 대멸종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대홍수로 1년 동안 노아의 방주는 물 위를 표류했다.

그 기간 동안 땅 위의 생물들은 멸종되었다.

노아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인지 성경 창세기의 나오는 인물들의 나이를 더하면서 계산해 보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지구 나이를 6천 년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믿어야 신앙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과학도 역사도 신화도 무시하는 무지한 말이다.

구약 창세기의 시간을 오늘날과 같다고 볼 수 없다.

1년을 365일로 정한 달력은 2천 년 전에 율리우스 시저에 의해서 나왔다.

한참 후에 그레고리우스 달력으로 개편되었다.

그렇다면 율리우스 달력이 나오기 전에는 1년을 며칠로 보았을까?

그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지금도 이슬람교에서는 1년을 354일로 본다.

이 한 가지만 보더라도 창세기의 인물들의 나이를 오늘날의 나이 계산과 같다고 할 수 없다.




노아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몇 천 년 전인지 몇 만 년 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멸종의 시대였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8명이다.

노아 부부와 노아의 세 아들, 세 며느리이다.

노아의 아버지 어머니도 없었고 손자 손녀도 없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난 후 곧바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애통이 있었을 것이다.

대홍수는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깊은 트라우마를 겪었을 것이다.

포도씨를 심어서 포도나무가 될 때까지 여러 해가 지났다.

포도열매를 거두기까지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노아의 아픔은 아물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세상일을 조금이라도 잊게 만드는 데는 포도주만큼 좋은 것도 없었을 것이다.

술이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난처하다.

하지만 노아는 술을 마셨고 술에 취했다.




술에 취한 노아는 벌거벗은 채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함이 보았고 자기 형제에게 알렸다.

소식을 들은 셈과 야벳은 옷을 가져다가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버지의 하체를 덮어주었다.

술에서 깬 노아는 함과 그 후손에게는 저주를 내렸고 셈과 야벳에게는 축복했다.

아버지의 하체를 본 것이 무슨 죄가 되겠는가?

당시에는 옷도 변변치 못했을 테니까 아버지의 하체를 보는 일은 흔했을 것이다.

하체로 표현된 이 단어는 사람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의미한다.

즉, 함은 노아의 가장 은밀한 것을 본 것이다.

노아는 슈퍼맨이 아니었다.

아픔도 있고 눈물도 있고 상처도 있는 약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함은 그런 노아의 약점을 형제들에게 떠벌렸다.

노아가 술김에 함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 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인간의 역사는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 보며 그 약점을 잡고 뒤흔드는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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