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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03. 2024

하나님의 무지개 약속

성경이야기 14


홍수 후 방주에서 나온 노아에게 하나님은 언약을 맺어주셨다.

보통의 언약은 쌍방 간의 행위와 대응에 대한 약속이다.

당신이 이렇게 하면 나는 그렇게 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과 사람의 언약은 대부분 하나님의 일방적인 약속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든 말든 간에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겠다는 식이다.

물론 사람이 하나님을 잘 섬기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겠다는 조건-반응의 언약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언약이 더 많다.

노아와 맺은 언약도 그렇다.

창세기 9장 11절에 보면 하나님께서 노아와 홍수에서 살아남은 모든 짐승에게 언약을 맺으신다.

다시는 홍수로 땅을 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언약에는 인간이나 짐승들이 행해야 할 내용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약속이니까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하나님의 언약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언약의 증거로 무지개를 제시하셨다.

무지개가 보인다면 다시는 홍수로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고 하는 이들은 대홍수로 인해서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의 환경이 달라졌고 그 여파로 무지개나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창세기 1장을 보면 대기권을 물이 감싼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창세기 1:6~8)’ 그런데 노아의 홍수 때 이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의 물이 지구로 다 쏟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더라(창 7:11~12)’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궁창 위의 물과 궁창 아래의 물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으며 지구로 쏟아진 그 물은 또 어디로 갔느냐는 등의 질문들에 대해서도 이해 타당한 답변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차라리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이로울 수 있다.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역사와 문학이 어우러진 신화이다.

모세시대부터 기록되었으니까 줄잡아서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구를 평평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궁창 위는 하늘이고 궁창 아래는 땅이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니까 그들은 궁창 위에 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땅에는 강과 바다에 물이 있는데 그 물들을 궁창 아래의 물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들은 대기의 순환 이치를 몰랐을 테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 무척 신기했을 것이다.




무지개는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궁창 위에 실제로 물이 있었든지, 아니면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에 있는 수증기들을 궁창 위의 물로 생각했었는지 어쨌든 태양빛이 지구에 도달할 때는 물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때 빛이 굴절되면서 무지개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홍수 이전에 궁창에는 물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노아 홍수 이전에도 무지개는 자주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 무지개를 걸고서 언약을 맺으신 것이다.

우리가 언약을 맺을 때는 힘이 센 것이나 오랫동안 변치 않는 것을 걸면서 약속을 한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이런 심정을 이해하시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방식으로 언약을 맺으신 것이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대기권의 수증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무지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대홍수로 지구를 멸망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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