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비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갑부대 내에서 정비업무를 맡아서 하는 부대였다.
기갑부대였기에 흔히 탱크라고 불리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정비업무를 주로 하는 부대였기에 온갖 장비들을 고치고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다른 대대에서 통신장비에 이상이 있으면 우리 부대로 가져왔다.
소총에 문제가 생겨도 우리 부대로 가져왔다.
군용 트럭이나 지프의 정비도 우리 부대원들이 했다.
탱크들도 우리 부대에서 수리를 했다.
우리 내무반원들은 모두 운전병이었는데 정비부대에 속한 운전병이었다.
우리 내무반원들의 주업무는 정비에 필요한 부품들을 받아 오는 일이었다.
전시 상황이라면 정비병들과 부속품들을 싣고 고장 난 장비가 있는 곳까지 운전하는 일이 주업무가 될 것이었다.
전시가 아니었기에 고장 난 장비들이 우리 부대의 공장으로 왔다.
고장 난 장비가 도착하면 정비병들이 여기저기 뜯어서 면밀하게 살핀다.
낡고 망가진 부품을 빼고 새것으로 갈아 끼운다.
자그마한 부품 하나 새로 바꿨을 뿐인데도 그 큰 장갑차들이 윙윙 소리를 내면서 씩씩하게 공장을 떠나간다.
설령 낡고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거나 아예 쓸모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시끄럽고 불편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계속 사용을 하면 장비는 어느 순간 작동을 멈추고 만다.
그때는 우리 정비공장에서 고칠 수가 없다.
더 큰 공장으로 가야 한다.
꽤 귀찮은 일이 되고 만다.
장비를 만들 때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서 고장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는 없었을까?
그런 일은 없다.
그런 기술도 없다.
사람이 만드는 것들 중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낡고 녹슬고 부러지고 망가진다.
처음에는 깨끗했던 것도 나중에는 지저분해진다.
사람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니까 그것들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타이어는 마모되고 헤드라이트 불빛은 약해지고 배터리의 성능은 저하된다.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느껴질 때가 되면 부품을 갈아 끼워야 한다.
망가진 부분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다시 잘 사용할 수 있다.
볼펜으로 글을 쓰다가 오타가 생기면 수정액을 그 위에 바른 후에 다시 제대로 된 글씨를 쓴다.
이런 일은 기분 나쁠 일도 아니고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장비가 고장 난 것이 내 탓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고장 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가 되면 새로운 부속품을 끼워 넣어서 고치면 된다.
간단하다.
그런데 이 간단한 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장비가 고장 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불완전하고 우리가 만든 장비가 고장 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골든타임을 놓쳐버린다.
어쩌면 그들은 수리하고 고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세상 모든 것은 다 고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이들은 사람은 바꿔 끼워서 쓰는 게 아니라고 한다.
누가 사람을 바꿔 끼우라고 했나?
그 사람이 망가졌으면 그 망가진 부분을 고치면 된다.
그 사람이 병이 들었으면 그 병을 고치면 된다.
그러면 다시 쌩쌩하게 될 것이다.
관건은 그 사람이 자기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가 병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망가져도, 병이 들어도 어느 정도는 굴러간다.
그러나 머지않아 망가지고 병든 것 때문에 멈춰버릴 때가 도래한다.
그때가 오기 전에 자기가 망가졌고 병들었으니 제발 고쳐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