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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복

by 박은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하루 제일 많이 건넨 말이다.

새해가 되면 으레 인사말로 주고받는 말이다.

덕담으로 주고받는 말이다.

딱히 무슨 말이 떠오를 때 하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무엇이 복(福)일까? 복 많이 받으라고 했으니까 복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인가? 하긴 중국 사람들은 자기 집에 들어온 복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복(福)이라는 글자를 써서 대문에 거꾸로 붙여 놓는다.

그들은 복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보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5가지의 복을 얻으면 잘 살았다고 했다.

그 다섯 가지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다.

오래 사는 것, 많은 재산을 얻는 것, 건강하고 평안한 것, 덕 쌓기를 좋아하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평안히 죽는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를 얻어야 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우리 몸에서 다섯 가지가 건강해야 복된 인생이라고 하는 말도 있었다.

그 다섯 가지는 눈, 귀, 이빨, 위장, 똥구멍이다.

치아가 건강해야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다.

눈이 건강해야 세상을 볼 수 있고 귀가 건강해야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과 귀의 건강을 잃으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세상을 잘 본다고 하더라도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먹지 못하면 죽는다.

복이 아니다.

잘 먹으려면 이빨이 좋아야 한다.

산해진미를 차려놔도 이빨이 부실하면 먹지 못한다.

이빨이 건강해서 음식을 잘 먹었다 하더라도 위장이 안 좋으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배탈이 나고 먹은 것을 다 게워낸다.

위장에서 음식물을 잘 소화시켜 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있다.

잘 먹었으면 잘 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똥구멍이 건강해야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 속에는 위에서 언급한 장수, 부귀, 강녕, 유호덕, 고종명이라는 삶의 다섯 가지 복과 눈, 귀, 치아, 위장, 항문이라는 신체 건강의 다섯 가지 복을 잘 누리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나도 5 플러스 5의 복을 얻고 싶다.

그런데 내 삶을 보면 이 5 플러스 5의 복 중에서 언제나 몇 개가 불충분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젊어서 건강했을 때는 돈이 없고 덕을 쌓는 것을 몰랐으며 나이 들어서 좀 여유가 있을 때는 눈과 귀가 약해지고 위장에 탈이 나고 똥구멍이 막힌다.

아이들이 건강히 자라서 기쁜데 부모님을 보면 1년 사이에 더 야위셨다.

이것이 해결되면 저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 모든 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아마 살아생전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런 복들을 희망사항으로 올려놓았는지도 모른다.




예수가 말한 여덟 가지의 복도 있다.

“①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②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③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④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⑤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⑥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⑦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⑧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예수는 가난해도 복이고 슬퍼도 복이며 착하고 의로워도 복이고 애매하게 얻어터져도 복이라고 했다.

예수는 노력해서 쟁취하는 것을 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복이라 했다.

나는 그런 복을 바란다.

내가 바라는 복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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