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을 한다.
새해가 되면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다짐이다.
묵은해를 잘 못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는 묵은해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새롭게 맞이하는 1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도 있고 포부는 컸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살까 고민한다.
시간이 지났을 때 후회하는 일이 적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는 말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선택의 상황에서 이쪽을 선택했을 때 그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지금은 좋아 보여도 나중에는 안 좋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은 어렵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집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도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비록 끼니를 때울 형편은 안 되더라도 넉넉한 사랑이 있다면 가난과 배고픔을 견뎌낼 수 있다.
몹쓸 질병에 걸린 사람도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비록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하더라도 사랑 안에서 웃을 수 있고 살아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명백히 나온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올 한해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며 살아야겠다.
맹자는 그의 책 <맹자>에서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4가지 단서(端緖)를 제시했다.
흔히 맹자의 ‘4단’이라 불린다.
사람에게 손발이 모두 4개 있는 것처럼 이 4가지의 단서가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고 했다.
이 4가지가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그 4가지는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잘못된 언행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예의를 지키며 사양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그러니까 사람다운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이 4가지가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 4가지가 없는 사람을 싸가지가 없다고 한다.
하기는 싸가지가 없다고 하면 사람 측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톨스토이는 사랑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했고 맹자는 싸가지가 있어야 사람이라고 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살아가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보다.
사랑이 없는 까닭에 세상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에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는 싸가지가 없기 때문인가 보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없고, 잘못해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예의범절을 지킬 줄도 모르며,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분별하지도 못한다.
사람인 것 같으나 사람의 탈을 쓴 괴물 같은 존재들이 너무나 많다.
마음씨 좋은 지킬박사인 줄 알았는데 돌아서는 순간 포악한 하이디로 돌변해 버린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새해에는 정말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싸가지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