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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읽고 산다
인생은 전쟁과 평화 사이의 그 어디쯤일 것이다
by
박은석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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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시민혁명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사회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시민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이어왔던 왕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권력자들의 억압에서 자유를 얻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프랑스혁명의 모토인 자유, 평등, 박애는 당시 시민들이 가장 좋아했던 말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
반면에 기존 사회질서가 무너는 모습을 보면서 땅을 치고 가슴을 치던 이들이 있었다.
조상 대대로 지켜왔던 자신들의 권리가 눈 녹듯 사라져 버리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요틴의 칼날 아래 납작 엎드려 있는 심정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재산은 물론이거니와 인생 전체와 목숨까지 잃을 판이었다.
그들은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해서 곧바로 원하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는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이것이 맞다고 하고 저 사람은 저것이 맞다고 했다.
온통 뒤죽박죽인 세상을 정리해 줄 누군가 나오기를 바랐다.
그때 혜성처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나타났다.
그는 어수선한 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했다.
싸움이 그치고 평화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는 영웅이 되었다.
이런 영웅이 세상을 다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 생각에 부합하여 나폴레옹은 노틀담성당에서 황제 대관식을 거행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나폴레옹은 이 새로운 세상을 유럽 전역에 전하려고 하였다.
프랑스가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갔다.
멀리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모스크바에도 그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 사람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처럼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생겨다.
그들은 나폴레옹을 선지자로 여길 정도였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유럽 전역을 점령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워주기를 바랐다.
그들의 바람대로 나폴레옹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왕국을 거쳐 러시아에까지 밀고 들어왔다.
얼떨결에 러시아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대와 싸워야 했다.
전쟁이 일어났다.
전력을 따져보니 러시아가 절대 불리했다.
나폴레옹의 군대는 우후죽순처럼 밀고 들어왔다.
그 전장의 한복판에 서 보니 나폴레옹이란 사람은 영웅이 아니라 탐욕자일뿐이었다.
나폴레옹이 망하기를 바랐다.
우여곡절 속에 그들의 바람대로 프랑스가 퇴각했다.
이제 평화가 올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나자 세상이 바뀌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집은 잿더미가 되었다.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그것도 전쟁이었다.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전쟁 아닌 게 없었다.
남편과 말이 안 통해서 전쟁이었고 식구들과 의견이 달라서 전쟁이었다.
평화는 그런 전쟁 사이사이에 잠깐 찾아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1805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소설에 작가인 톨스토이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었다.
해피엔딩을 바라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끝이라는 게 과연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의 끝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여 한숨 돌리는 순간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되는 게 인생인 것 같다.
톨스토이도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 소설의 제목을 최종적으로 <전쟁과 평화>로 확정지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끊임없는 전쟁과 평화 사이의 그 어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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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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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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