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남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뒤처진 것 같을 들 때 그렇다.
위너가 되어야 하는데 루저가 된 기분이 든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괜히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내 아버지도 그렇게 살다가 가셨는데 나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수군거리는 것 같다.
때로는 이기적으로 판단하고 영악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쪽으로는 젬병이다.
미련 곰탱이처럼 이 자리를 지키며 살고 있다.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가장 좋은 때를 알고 싶다.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가장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시간과 사람과 일, 일과 사람과 시간, 이 세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나의 이 세 가지 고민이 톨스토이의 단편 속에 그대로 제시되어 있었다.
이래서 세계적인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고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톨스토이의 단편 중에 <세 가지 질문>이란 작품이 있다.
어느 임금에게 어느 날 큰 고민이 생겼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을 알 수 있으면 그 시간에 맞춰서 일을 시작하면 될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중요치 않은 사람과 만나서 허송세월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될 것이었다.
임금은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답을 하였지만 임금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나 답답해서 임금은 유명하다는 지혜자를 찾아갔다.
호위무사들을 숲속에 숨기고 지혜자 앞에 다다른 임금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임금의 말을 들은 지혜자는 냉큼 대답을 하지 않고 삽을 들고 밭을 갈려고 하였다.
임금은 지혜자에게서 삽을 빼앗으며 밭은 자신이 갈 테니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갔다.
그때 숲속에서 웬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임금은 정성껏 그 남자를 치료해 주었다.
다음날 그 남자가 임금에게 뜬금없이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하였다.
사실 자신은 임금을 죽이려고 했던 원수였다고 했다.
숲속에서 임금의 호위병들에게 공격을 당해 죽게 되었는데 임금의 보살핌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자신을 용서해 주신다면 평생 임금의 충신이 되겠다고 맹세하였다.
임금은 그 사람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다.
임금은 다시 지혜자를 불러서 자신의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때 지혜자는 임금에게 이미 답을 얻었지 않느냐고 하였다.
어제 임금에게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땅을 팠던 때였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제 만난 자신이었으며, 가장 중요했던 일은 자신을 도와서 땅을 판 일이었다고 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남자에게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다음에 남자가 달려왔을 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임금이 그 남자를 만난 때였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 남자였으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남자를 치료해 준 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톨스토이의 단편이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