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을 내며 불이 번쩍이고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시간의 문을 지나 150년 전으로 돌아가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상투 틀고 댕기머리 길게 늘어뜨리고 때에 절은 저고리 치마 걸쳐 입은 조상님들에게 다가가 내가 증손자라고, 고손자라고 하면 그분들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동학혁명의 선봉장에 서서 척왜척화를 외치고, 경복궁에서 고종황제를 뵙고 명성황후와 대원군을 만나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도 하고, 일본이나 청나라나 아라사(러시아)나 다 믿어서는 안 되는 나라들이라고 일러준다면 나는 아마 영웅 중의 영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나를 잡으려고 한다면 재빨리 타임머신을 타고 이번에는 50년쯤 후의 미래로 날아갈 것이다.
그때 나는 아내와 둘이서 무엇을 하며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도 다 커서 시집가고 장가가서 자기들을 닮은 딸도 낳고 아들도 낳았을 텐데 그 아이들도 만나보면 좋겠다.
다정하게 다가가서 그 어린아이들에게 “내가 너희 할아버지란다.”라고 말을 하면 그 아이들은 너무 놀라서 두 눈이 똥그랗게 커질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정말 재미있겠다.
그런데 혹여나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힘들게 살고 있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지금 현재에서 내가 결정한 선택이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재빨리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와서 내 결정을 바꿔놓을 것이다.
정말 타임머신만 있으면 나의 과거를 바꿔서 지금보다 더 나은 현재를 살게 하고, 또 나의 현재를 바꿔서 미래를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흐뭇해했다.
그러다가 ‘잠깐 이게 아니지?’하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내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을 타임머신을 타고 갔을 때 안 만나버린다면 그 사람은 나를 만났던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할까? 누구를 만날까?
그러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펼쳐지게 되는 것일까?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내가 오늘 선택한 결정이 맘에 안 들게 보인다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미래의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까?
아니다.
또 다른 복잡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생길 것이다.
내 인생을 바꿔보자고 타임머신 타고 가서 사소한 것 하나 살짝 바꾼 것 때문에 온 세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릴 것 같다.
나는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나 때문에 다른 누구는 막심한 손해를 보기도 할 것이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분명히 시간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기계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정말 타임머신을 만들면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떠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차라리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잘것없더라도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오늘의 소박한 삶을 일구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낫겠다.
미래의 모습을 먼저 보고 속상해하는 것보다 차라리 미래를 모르고 오늘에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더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