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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다

by 박은석


중국 송나라 때의 문필가인 구양수(歐陽修)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3가지를 힘쓰라고 했다.

글 좀 쓴다는 사람이라면 구양수가 말한 삼다(三多)를 실천하려고 애쓴다.

아니, 저절로 이 삼다가 몸에 밴다.

삼다란 많이 읽고(다독, 多讀), 많이 쓰고(다작, 多作), 많이 생각하는 것(다상량, 多商量)이다.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로서 나도 이 세 가지를 실천하려고 한다.

한 달에 많게는 마흔 권, 적게는 스물다섯 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으니 다독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20년 5월부터 하루에 한 편의 칼럼을 쓰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브런치 스토리에 1430편의 글이 올라 있으니 글도 꽤 썼다.

이 글들이 모두 책으로 엮인다면 스무 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리고 이만큼의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 동안 무슨 글을 쓸까 생각을 했다.

내가 쓴 글들은 매일매일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나의 삶의 열매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삼다를 실천하면서 살아왔는데 요즘 이 삼다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다독은 괜찮다.

책읽기가 습관이 되었고 가속도가 붙어서 그런지 설렁설렁 읽는 것 같은데도 한 달 결산을 하면 서른 권은 훌쩍 넘는다.

문제는 글쓰기에 있다.

작년 2024년부터 글쓰기가 조금씩 게을러졌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다 지나가는 때가 되면 ‘오늘도 글을 못 썼구나!’ 하는 아쉬움과 후회감이 밀려온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썼던 때와 비교해 보면 요즘은 글 안 쓰는 사람 같다.

이삼일이 지나야 글 한 편이 올라가는가 하면 어떤 때는 일주일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던 때도 있었다.

이러다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기 이전처럼 글 안 쓰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다.

글 안 쓰는 날이 늘어가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글 한 편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꼭 숙제 안 하고 학교 가는 아이의 심정 같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줄기차게 글을 써왔던 내가 왜 최근에는 글쓰기를 힘들어할까?

책을 적게 읽어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다작에 힘을 안 써서?

그건 분명한 원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작(글쓰기)보다 더 중요한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고 신경을 쓰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생각도 많이 한다.

그건 바로 내가 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글을 쓸 때는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때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일들을 특별하게 생각했었다.

그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려고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매일 한 편의 글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평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가 게을러졌다.




읽기는 많이 읽는다.

1년에 40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면 누구나 놀란다.

쓰기도 많이 쓴다.

비록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글은 일주일에 서너 편으로 줄었지만 그 외에도 내가 쓰는 글들이 있다.

억지로 쓰는 글이다.

말도 안 되는 내용들도 많다.

매일 글을 썼던 내가 왜 이렇게 게을러졌을까?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결론은 ‘생각’의 문제였다.

요즘 내 생각이 자꾸만 글을 안 쓰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분명히 많이 읽고 있다.

글을 쓰려고 노력도 한다.

그런데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생각이 굳어버린 것 같다.

생각이 없으니 글이 나올 리가 없다.

글이 나오지 않으니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한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매일매일의 투쟁이다.

한 주간이 시작되면 일주일 내내 지켜보는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많이 생각해야 다양한 글이 나온다.

아는 듯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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