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이 제주도인 것을 알려주면 듣는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좋았겠다고 한다.
자기가 언제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다고 한다.
물론 바가지 물가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도 한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많고 제주 올레길을 코스별로 다 돌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봄의 샛노란 유채꽃과 가을의 하얀 억새꽃의 물결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제주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그런 풍경을 언제나 볼 수 있으니까 너무 좋겠다고 수다를 떤다.
그러면 나도 한마디 한다.
“가서 살아보세요.”
내 생각에 제주도에서의 여행은 4박 5일이 가장 좋을 것 같다.
2박 3일이면 너무 짧고 3박 4일이면 어찌어찌 제주도의 경치를 둘러보기는 할 텐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급하게 도장만 찍고 다녀야 할 것이다.
4박 5일 정도 돼야 제주도의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는 제주도의 동쪽을 둘러보고 하루는 서쪽을 둘러보면 좋겠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천천히 둘러보되 관광안내지도에 강조하지 않는 마을이 나온다면 잠시 차에서 내려 그 마을길을 걸어보았으면 좋겠다.
올레길은 원래 그런 길이다.
셋째 날에는 한라산을 올라보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한때는 용암이 끓어올랐던 화산이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뒤를 돌아 바다까지 펼쳐진 제주도의 지형을 한눈에 바라보는 것도 좋다.
한라산 등반은 왕복 7시간 이상 소요될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온전히 하루를 한라산으로 채우는 게 나을 것이다.
넷째 날에는 제주도의 중심지인 제주시를 돌아보면 좋겠다.
여행은 관광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시장인 동문시장과 중앙시장을 걸어보며 제주도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면 사라봉에 올라 낙조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라.
지금껏 살아오면서 바다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에는 탑동 방파제길을 걸으면서 파도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검푸른 바다 위에 불을 밝히고 떠 있는 멸치잡이 배들을 보는 것도 장관일 것이다.
다섯째 날에는 제주여행에서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던 일을 해 보라.
올레길 코스를 정해서 걸어보는 것도 좋고 해수욕장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내는 것도 좋다.
배를 타고 우도나 마라도에 다녀오는 것도 좋다.
비행기 타기까지 두어 시간이 남는다면 동문시장과 중앙시장을 한 번 더 둘러보는 것도 좋다.
시장에서는 물건값을 너무 깎지 말라.
어차피 돈 쓰러 온 여행이다.
오늘은 내가 한턱낸다고 마음먹는다면 모두가 기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라.
한 번 제주도에 가 본 것으로 제주도를 다 알게 되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살아본 것으로 제주도를 다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주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제주도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제주를 하루 여행한다면 하루만큼 제주를 알게 되고 제주를 한 달 여행하면 한 달만큼 제주를 알게 될 것이다.
제주를 다 알려고 하지 말라.
어차피 제주에서 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일평생 제주에서 살아도 내가 산 일평생의 제주밖에 모른다.
제주를 다 알려면 제주만큼 제주에서 살아야 한다.
큰맘 먹고 비싼 돈 들여서 제주에 가는 길이라면 2박 3일이면 너무 짧다.
3박 4일도 조금 아쉽다.
경제적으로 손해일 것 같다.
4박 5일이면 딱이다.
그 정도면 돈 아깝지 않게 제주도의 요목조목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올여름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4박 5일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