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느긋하게 시간을 조절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살면 좋겠다. 책읽기 운동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세우는 것은 굉장한 도움을 준다. 2009년에 처음 책읽기 운동을 시작했을 때, 1년 2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 고작 며칠 읽다가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1년에 200권을 읽는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 목표를 이루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책을 읽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는 동안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당연히 목표도 높아졌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1년에 300권 읽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1년에 400권 읽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1년에 400권을 읽으려면 평균 한 달에 33권 이상 읽어야 한다. 나에게 한 달 독서량의 목표는 34권이다. 되든 안 되든 매 달마다 34권을 읽으려고 애를 쓴다.
지난 9월은 아쉽게도 33권으로 끝을 맺었다. 9월이 다 가기 전에 34권은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9월 말에 좀 바쁜 일들이 있었다. 1권만 더 읽었으면 목표량 달성인데 아쉽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면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싯구 중 두 구절.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분명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후에 뒤돌아보면 그 충분했던 시간을 충분하지 못하게 사용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아쉬움만 남는다. 차라리 시간이 부족했다면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다. 다음 달에는 아쉬움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나의 독서 루틴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월초에 읽은 책보다 월말에 읽은 책이 많다. 아쉬운 일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지난 9월에는 좀 차분한 책들을 읽으려고 했던 것 같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四書)와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의 오경(五經)을 읽어보려고 했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중간에 순자(荀子)가 끼어들었고 논어와 맹자는 이전에도 몇 번 읽었으니 이번에는 대학과 중용을 읽어보자는 마음도 생겼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생각이 많으면 잡다한 책을 집어들게 된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부류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소설을 읽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지만 책장을 덮을 때면 전체적인 줄거리가 잡힌다. 작가가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몸이 좀 피곤할 때는 에세이를 읽었다. 정신이 흐트러지기 전의 그 짧은 순간에 마음에 새겨지는 문장들이 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그 문장 안에 담겨 있다.
9월에 읽은 33권의 책 중에서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롤런드 앨런의 <쓰는 인간>이다. 인류는 왜 기록을 하는지, 기록 방법의 발전 과정은 어땠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등 쓰는 행위를 통해서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파헤치고자 하는 책이다. 둘째로, 이서원 선생의 수필들인다. 9월에는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아픔에서 더 배우고 성장한다>를 읽었는데 나의 삶을 곰곰이 되짚으며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셋째로, 노르웨이의 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이다. 1879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근대 페미니즘의 출발을 알린 소설로 추앙받는다.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라는 주인공의 말을 들으면 생각거리가 많아진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서 더욱.
273. <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이상률. 문예출판사. 20250902
274. <쇼펜하우어 인생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권기철. 동서문화사. 20250903
275. <쓰는 인간:종이에 기록한 사유와 창조의 역사>. 롤런드 앨런. 손성화. 상상스퀘어. 20250904
276. <바다가 삼킨 세계사>. 데이비드 기븐스. 이승훈. 다산북스. 20250905
277.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다산북스. 20250906
278.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이은선. 윌북. 20250906
279. <우리가 타인을 마주할 때>. 아돌프 크니게. 박상미. 저녁달. 20250909
280.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안미란. 민음사. 20250910
281. <왜 살아야 하는가>. 미하엘 하우스켈러. 김재경. 청림출판. 20250911
282. <순자:악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배기호. EBS. 20250911
283. <순자:예의로 세상을 바로잡는다>. 장현근. 한길사. 20250912
284. <프랑켄슈타인>. 메리 W. 셸리. 오숙은. 열린책들. 20250913
285. <살로니카의 아이들>. 미치 앨봄. 장성주. 윌북. 20250915
286. <적과 흑(상)>. 스탕달. 임미경. 열린책들. 20250916
287. <중용, 조선을 바꾼 한 권의 책>. 백승종. 사우. 20250917
288. <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데디투아디브. 20250917
289. <아무튼 디지몬>. 천선란. 위고. 20250917
290.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나무사이. 20250918
291. <이유 있는 고전>. 구은서. 에코리브르. 20250918
292. <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최호영. 을유문화사. 20250918
293. <적과 흑(하)>. 스탕달. 임미경. 열린책들. 20250920
294. <아픔에서 더 배우고 성장한다>. 이서원. 샘터사. 20250920
295.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김인환. 페이퍼로드. 20250922
296. <결혼, 죽음>. 에밀 졸라. 이선주. 정은문고. 20250923
297.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유기환. 현대지성. 20250923
298.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김하현. 윌북. 20250924
299. <예술가의 여정>. 트레비스 엘버러. 박재연. Pensel. 20250924
300.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딜립 제스테, 스콧 라피. 제효영. 김영사. 20250925
301. <꽃이 사람이다>. 나태주. 샘터사. 20250925
302.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하태완. 책읽어주는남자. 20250926
303. <과학은 반역이다>. 프리먼 다이슨. 김학영. 비전비엔피. 20250927
304. <미셀 푸코>. 프레데릭 그로. 배세진. 이학사. 20250929
305. <미셀 푸코>. 양운덕. 살림출판사.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