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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좋은 친구이다

by 박은석


영국의 금융가이자 정치가, 인류학자이면서 고고학자이자 작가였던 존 러벅이란 인물이 있다.

인류 문명을 연구하면서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인물이다.

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강연도 많이 했다.

그러니까 이제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는 말이다.

그의 저서들 중 여러 권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아주 오래된 지혜>,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 <인생사용법>, <가장 중요한 질문>,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등이다.

짧지만 깊이 있는 울림을 주는 글들을 묶어 놓았다.

존 러벅의 책은 어느 책이든지 읽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책 참 잘 골랐다는 뿌듯한 마음을 준다.

그중,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에서 그는 책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온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존 러벅에게 책은 그런 친구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의 말을 들어 책이 어떤 친구인지 알려준다.

“나에게는 나를 지지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나이와 국적이 아주 다양하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지 특출하고 학식이 뛰어나다. 나는 언제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내 마음대로 곁에 두기도 하고 치워버릴 수도 있다. 이 친구들은 날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질문하면 곧바로 대답해 준다. 어떤 친구는 과거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고 어떤 친구는 자연의 비밀을 알려준다. 또 어떤 친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주고 어떤 친구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가르쳐준다. 어떤 친구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용감하게 스스로를 신뢰하도록 값진 교훈을 준다. 이 친구들은 모든 예술과 학문에 이르는 다채로운 길로 나를 인도한다. 나는 촉박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있어 불안해하지 않는다. 수고에 대한 대가로 나의 누추한 집 한쪽 구석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 친구들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보다는 구석지고 조용한 곳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신학자인 아이작 배로(Isaac Barrow)도 책을 좋은 친구로 표현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 유익한 상담자, 유쾌한 동반자, 위로를 주는 사람이 필요 없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운명을 맞이하든 마음이 순수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영국의 계관시인 사우디(Southey)에게도 책은 친구였다.

“ 나의 시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지나간다. 어디든 내 주변을 바라봐도 훌륭한 옛 지성들이 거기에 있다. 그들은 날마다 대화를 나누는 변치 않는 나의 친구들이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주교인 제레미 콜리어(Jeremy Collier)에게도 책은 좋은 친구였다.

“책은 청년에게는 길이 되어주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되어준다. 외로울 때는 힘이 되어주고 괴로울 때는 탈출구가 되어준다. 책은 사람이나 일 때문에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게 하고 낙담하지 않게 도와준다. 인생살이에 지친 우리가 죽은 자들에게 다가가도 책들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잘난 척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친구를 친구를 좋아한다. 친구에게 오라고 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좋은 친구가 항상 내 앞에 있다.

어디에 있냐고?

내 손에 들린 책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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