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품절된 책 한 권을 찾고 있습니다!

by 박은석

나짐 히크메트 란(Nâzım Hikmet Ran, 1902년 1월 15일 ~ 1963년 6월 3일)

튀르키예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다.


너무나 낭만적이어서였을까?

너무나 혁명적이어서였을까?

소련에서 공부해서였을까?

공산주의 사상을 가졌기 때문이었을까?

이십대의 창창한 나이에 체포되어 구금되었다.

이후 풀려나고 다시 투옥되기를 수차례 하면서

그는 17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차디 찬 감옥에서 보냈다.

1951년에 석방된 후에는 소련에서 망명생활을 이어가다가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해는 아직도 고향인 튀르키예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가 얼마나 위협적인 인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터키(지금의 튀르키예) 정부는 그의 작품을 발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인은 시를 읊으며 살아야 하는데

정부는 그에게 시를 읊는 자유를 빼앗아 버렸다.

그의 시들은 그의 마음속에서는 천둥치듯 울려 퍼졌지만

입 밖으로 터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방이 꽉 막힌 감방 안에서 시를 쓰고 또 썼다.

가난한 튀르키예 백성들을 위로하며 시를 썼고

혁명적인 이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며 시를 썼고

감옥 밖에 있는 아내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시를 썼다.




"가령 감옥에 갇혔는데

나이가 쉰 살 가까이 되었다 해도

게다가 철문이 열려 자유롭게 될 때까지

아직 18년을 더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해도

그렇다 해도 우리는 바깥 세상과 함께 숨 쉬지 않겠는가

세상 속 사람들, 동물들, 문제들,

그리고 얼굴에 부는 바람과 함께

그러니까,

감옥 벽 너머에서 펼쳐지는 세상과 함께"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는

아직 지나가지 않은 바다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아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세월은

아직 오지 않은 세월


그대에게 내 말하고 싶은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말은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은 말"




모든 것이 암울해 보이지만

어쩌면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

밤이 깊으면 별이 더 밝게 보인다.


그의 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시를 꼽으라면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일 것이다.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백석 시인이 가장 사랑했던 시인이 나짐 히크메트라고 한다.

얼마나 사랑했냐면 나짐 히크메트의 시들을 번역할 정도였다.

태학사라는 출판사에서 지난 2021년에 백석이 번역한 나짐 히크메트의 시들을 엮어서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이 <백석이 사랑한 시, 나즘 히크메트>이다.

9791190727686.jpg


근데 이 책이 벌써 품절이다.

벌써 절판되지는 않았을 텐데, 책이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 중고서점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책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제발 출판사의 높으신 양반이

내 갸륵한 마음에 감동을 받아서 책을 찍어줬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keyword